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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로 세계시장을 두드린다...LST 김정환 대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6 17:23

수정 2017.09.26 17:51

입고 있기만 하면 환자의 모든 생체신호가 측정되는 의료기기는 한때 상상 속의 제품이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던 웨어러블 의료기기가 현실 속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발명품 정도였던 것이 몇 년 새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마치 오래된 전축 같이 커다랗고 각종 케이블을 주렁주렁 달고 있던 의료기기는 사라지고 마치 포스트잇처럼 붙이고만 있으면 체온과 심장박동, 심지어 당뇨수치까지 측정하는 기기들이 일상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다.

26일 해외 IT분야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2020년 웨어러블 의료기기 제품시장은 1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2015년 17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헬스케어시장이 2020년 256억원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시장의 주류를 주로 독일, 미국, 일본 제품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국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이나 성능, 편의성면에서 아직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심지어 가격면에선 중국산 제품에도 밀리고 있다는 믿기 싫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라이프 사이언스 테크놀로지(LST)' 김정환 대표는 이런 현실이 못내 아쉽고 분했다. 기술력만 보면 선진국에 뒤지는 것이 아니고, 중국제품처럼 싸게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기업이 적다보니 밀리게 됐기 때문이다.

2007년 LST를 창업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했다. 녹록하지는 않았지만 10년만에 그는 LST를 이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대학원 시절이던 1999년 지도교수님을 도와 생체신호 측정 기술을 구현하는 회사를 창업해본 경험이 큰 밑천이 됐다. 삼성기술원 등 대기업에서 현장을 익힌 것도 힘이 됐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그는 갤럭시 기어와 같은 스마트 기기와 헬스케어를 접목시켜 휴대가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개발 성공했다. 기존 웨어러블 헬스케어 제품이 단순측정에 그치는 것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제품으로 발전시킨 셈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유아용 체온 측정 장치인 ‘피몬’이다. 몸에 붙이고 있으면 체온측정이 되기 때문에 통증에 시달리다 겨우 잠든 아이들을 어쩔 수 없이 깨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제품이다. 마치 장난감처럼 바나나 모양을 하고 있어 거부감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몸에 붙이는 체온계는 여러 제품이 있지만 피몬처럼 최장 3일 동안 부착하고 있으면 체온 측정 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저장이나 분석까지 가능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이 가능한 제품은 아직 없다.

“혹시 아이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을까 접착제 성분이나 접착강도 등을 일일이 시험했다”는 김 대표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내 몸에 붙여보기도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휴대용 심장 모니터링 기기도 개발했다. 신용카드와 같이 얇은 제품에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심전도와 광맥파 등을 감지해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역시 모바일 앱을 통해 연동이 된다. 심장의 상태는 물론 혈관나이와 동맥경화여부, 스테레스정도, 감정상태까지 볼 수 있다. 이 제품은 이미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UCLA, 미주리대학에 의뢰해 임상평가가 진행 중이거나 곧 시작할 예정이다.

“개발 중인 제품이 출시하게 되면 코스닥 상장 등 적극적인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김 대표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시장을 향해가는 김 대표는 기술개발 기업들이 제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 정부의 투자는 적극적이지만 제도의 정비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도 때문에 과학기술경쟁에서 뒤진다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보다 과감한 정부의 인식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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