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 후보 1명도 없어 투표율 50% 안돼 선거 무산
취업난에 스펙쌓기 바빠 학생들 무관심 갈수록 심각
총학 신뢰 상실도 큰 원인
대학가 총학생회 선거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학교는 학생들의 외면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스펙 쌓기에집중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총학 무관심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총학이 학생들 뜻을 반영하지 못한채 오히려 구설수에 오르는 등 신뢰를 잃은 점도 한몫 한다고 분석한다.
취업난에 스펙쌓기 바빠 학생들 무관심 갈수록 심각
총학 신뢰 상실도 큰 원인
■총학.단과대.동아리회장 지원 0명
14일 가톨릭대에 따르면 이 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중앙선거 후보자 등록마감을 공고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총.부총학생회장은 물론이고 단과대학생회장, 총.부총동아리연합회장 입후보자가 단 1명도 없었다. 이처럼 각급 단위 회장 지원자가 없어 중앙선거 자체가 무산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로, 네티즌들은 "아나키즘 학교인가" "이거 실화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총학에 대한 학생들 관심이 줄어든 것은 가톨릭대만이 아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입후보자가 없어 다시 시행한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선거가 무산됐다. 총학이 없는 대학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형식으로 운영된다.
숙명여대도 지난해 총학 선거 출마자가 없어 보궐선거에서 단일후보가 나왔으나 추천인 서명수를 충족하지 못해 투표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외대와 서울여대, 서강대도 입후보자 부재 등으로 올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다만 연세대, 숙명여대, 서울여대의 경우 올해 입후보자가 나타났으나 투표율, 추천인 서명수 등 난관을 넘어야 한다.
한 학교 총학비대위원장은 "예전에 비대위를 구성할 때도 취업 걱정 때문에 서로 위원장을 맡지 않으려 했다"며 "비대위원장은 직접선거로 선출된 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 등에서 선출해 정당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행히 올해는 입후보자가 나와 하루 빨리 학생 사회가 정상화되길 바라고 총학이 제대로 운영돼야 학생들 복지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 코가 석자..취업난에 학생대표 꺼려"
학생들이 교내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취업난이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청년 실업률은 9.2%, 청년 체감실업률은 21.5%를 기록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당장 생존과 직결된 학교 시험과 스펙 쌓기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학생 대표가 돼 자기 시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며 "취업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총학 뿐만 아니라 학과 대표를 뽑는 것마저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학이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한다. 시흥캠퍼스 건립을 두고 총학생회 간부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였던 서울대의 경우 일부 단과대 학생회 측이 '정치 과잉'이라며 총학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대위 간부는 학생회비 수백만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졌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현재 집행부에 실망하거나 불신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존 집행부와 다른 성향의 집단을 선택하면 되는데 취업 걱정 때문에 누구도 앞장서지 않는 상황"이라며 "학내 민주기구인 총학이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대의기구로 정착해야 총학에 변화의 물결이 불 수 있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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