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충격파]
수박 겉핥기식 지표조사보다 하부단층 연구 필요
단층연구 인력 태부족… 대응체계 일원화도 시급
수박 겉핥기식 지표조사보다 하부단층 연구 필요
단층연구 인력 태부족… 대응체계 일원화도 시급
우리나라도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연구나 국가 지원 등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지도에 포함돼 있지 않은 하부 지역 단층은 연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원자력시설이 몰려 있는 해역단층 조사연구도 시급하다. 내년 지진예산도 올해보다 대폭 깎였다. 이러고도 지진 대비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던 홍태경 연세대 교수를 만나 지진과 관련한 얘기를 들어봤다.
"지진 피해 가능성이 높은 해역단층이나 숨은 단층 등 지속적인 지진 관련 연구가 중요하다. 동시에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지원체계도 일원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지진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와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진 발생에 따른 위험하고 기초적인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연구해 나가는 풍토가 필요하다"며 "수박 겉핥기식 지표조사 위주의 단층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역단층 연구와 지도에 들어가 있지 않은 숨은 하부 지역 단층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 교수는 "해역에 대한 단층연구는 현재 수행할 만한 인력조차 많지 않은 데다 이 지역은 원자력발전소도 많은 만큼 지진이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표 하부에 있는 숨은 단층 등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홍 교수는 한반도에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규모 6.0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고, 실제 2012년 울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한반도 전체적으로 지각이 약해져 지진 가능성을 예상했고, 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 포항에 강진이 발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진 연구의 전문성과 충부한 인력 확보, 예산 등 기초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홍 교수는 "지진 연구에 비용과 인력,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도 지진 연구를 주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지표에 드러나지 않은 단층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점차 늘고 있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진 연구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지진학자는 박사급을 기준으로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진 연구나 대처에 신속한 대응책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들 지진 전문가들은 기상청이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대학, 해양연구원, 국제연구소 등에 분산돼 연구하고 있는데 위기 상황이 오면 이들 전부가 중복업무를 하고 있는 실정. 대학도 서울대나 연세대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외 지방 거점국립대 4~5곳 정도에만 있는 상황이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외국의 경우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연구를 하고, 위기 상황이 왔을 때 각 분야에서 분담해서 업무를 지원하고 팀을 조성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상황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에 관련된 연구 성과를 다양하게 공개해 공유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 연구성과의 경우 기상청의 승인을 받은 후 외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진관련 연구성과를 기상청이 독점할 수 있어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일원화해 대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현재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로 지진 업무가 이원화돼 있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이나 탐지, 통보 등을 담당하고 행안부는 재해, 재난관련 업무를 담당하지만 사실상 이들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현재 지진 연구는 충분한 인프라가 있으면 어쩌면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이와 함께 좀 더 체계적이고 일원화된 대응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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