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등 방송장비용품 시장도 뜬다

1인 미디어시장서 40~50대 '아재BJ.줌마크리에이터' 급증
콘텐츠 크리에이터 연령 다양.. 국내 제작산업규모 2천~3천억
영상장비 상품구매도 늘어나 전년동기대비 최대 4배 증가

옥션의 스튜디오.방송세트 제품

옥션의 마이크 제품

#혼자 사는 직장인 김민희씨(28)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잠들기 전 유튜브를 통해 ASMR 콘텐츠를 보는 것. '자율감각 쾌락 반응'이라고 번역되는 ASMR은 시각.촉각.청각 등의 감각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한다. 김씨가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채널은 50대 유튜버가 '아빠'역할을 하는 '아빠ASMR' 채널이다.

이 유튜버 채널에는 "우리 아들 딸 오늘 힘들었지?", "아빠가 미안해" 등 자식들과 대화하는듯한 내용의 콘텐츠가 많다. 김씨는 "그동안 자극적인 방송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직접 아빠가 재워주는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아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안한 방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1인미디어 시장에 40~50대가 늘고있다. 과거 미디어 소비자였던 이들이 직접 콘텐츠 공급자로 나선 것. 실제로 최신기기 리뷰나 공구를 통한 다양한 만들기, 주부 메이크업 등 여러 인기 채널의 운영자들 역시 40~50대가 많다. 최근 유명세를 타 롯데홈쇼핑에도 출연했던 유튜브 스타 '박막례 할머니'가 70대 크리에이터로 크게 주목받았던 것과 비슷한 이유다.

이같은 콘텐츠 공급자의 연령대 다양화는 1인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이뤄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동영상 제작 지원과 배급을 담당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산업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입원인 동영상 광고 규모로 추산한 국내 MCN 시장 규모는 2000억에서 3000억 수준이다. 1인미디어가 입소문을 타고 전 세대에 걸쳐 빠르게 퍼지면서 시청자뿐 아니라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연령대 역시 다양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콘텐츠 공급자의 연령 다양화 현상이 '반대급부'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자극적인 것이 많아지면 정반대의 편안한 콘텐츠도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특히 4050세대는 한국 미디어 산업과 함께 성장한 세대기 때문에 현재 20대 초반과 디지털 문화 단절이 크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 장비 구입 여력만 된다면 크리에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4050 유튜버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장비 구입 연령대도 높아졌다. 오픈마켓 옥션이 10월 17일에서 11월 16일까지 최근 한달간 40~50대 고객들의 1인 미디어 관련 상품 구매를 살펴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방송 필수 아이템 마이크 판매가 2배(127%)이상, 움직임이 편안한 무선마이크 판매는 4배(306%)이상 치솟았다. 필요한 장비를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스튜디오.방송세트 판매도 3배(194%)가까이 늘며 인기몰이 중이다.

11번가 역시 10월 1일부터 11월 23일까지 카메라 장비의 40~50대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올랐다.

액션캠은 81% 증가했고, 촬영장비 세트 역시 42%, 캠코더는 22% 상승하는 등 대부분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옥션 리빙레저실 이진영 실장은 "1인 미디어의 파급력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제작 콘텐츠 역시 이전보다 다양해지며 40~50대 중년들의 개인 방송 도전이 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몰에서는 초보를 위한 가성비 높은 제품부터 전문가용 장비까지 다양한 상품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어 관련 상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1인 미디어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020년에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mail]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