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칼자루 쥔 기재부-산업부 결정만 남아
금융당국이 성동조선해양의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해 청산이 최종 확정되지는 못했다. 이 처럼 경쟁력을 사실상 잃은 조선사에 대한 결정이 미뤄지면서 국내 전체 조선산업의 경쟁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성동조선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EY한영 실사보고서를 받고 "성동조선을 정리(청산)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재부와 산업부는 아직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금융당국은 "STX조선해양의 선수금 환급보증(RG)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회의를 열고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이라는 의견이었지만 기재부는 "RG만기에 맞춰 회의를 열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STX조선도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나온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소형 조선사의 합병안은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다. 부실기업의 규모만 키워봤자 정리하기 힘들다는 입장은 이미 2015년에 결정된 것"이라며 "올해 성동조선의 청산 가능성은 2015년 실사에서 예견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월 당시 성동조선을 실사했던 딜로이트는 성동조선이 추가 수주를 한척도 하지 못했을 때 올해 6월말 기준 청산가치를 5000억원으로 계산한 바 있다. 이는 EY한영의 이번 실사결과보다 낮은 수치다. 또 연간 10~34척을 수주받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딜러이트가 판단한 성동조선의 존속가치는 1조1007억원이었고, 청산가치는 9328억원으로 존속가치와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아울러 당시 연간 22~42척을 수주받는 것으로 계산한 성동조선의 존속가치는 1조70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에도 성동조선의 수주실적은 10척 안팎에 불과했다. 2015년에도 성동조선은 청산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현재 성동조선을 청산하면 채권단의 채권배분율은 22% 수준일 전망이다. 2015년 청산시 채권배분율은 30%였다. 장밋빛 전망과 기대로 채권단의 손실폭만 키운 셈이다.
지난 2016년 정부는 성동조선의 수주가 한 척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 당시 산업경쟁력강화회의에서 중소형 조선사를 정리(청산)하자고 결론내렸다. 당시 금융당국은 성동조선이 이미 수주받은 선박을 모두 건조해서 인도하는 시점을 올해 3.4분기라고 내다보고 수주받은 선박을 인도한 후 정리하겠다는 의견을 정리했다. 아울러 중소형 조선업체간의 합병방안은 검토하지 않기로 했었다. 따라서 이번 EY한영의 성동조선 실사 결과는 예측 가능했던 일로 충격적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성동조선에 대한 판단을 더이상 늦추면 안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이 관계자는 "이들 조선사의 정리기간을 최소화해서 사업장이나 근로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하는데 기재부와 산업부가 우선순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산업부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는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부가 모든 구조조정 문제에서 주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한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STX조선해양이나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업체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은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며 '산업부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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