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그림자를 비춰보다.①
- 갈수록 진화하는 수면제 성범죄...커피우유, 야쿠르트 사용
- 피해 직후 정밀 소변·혈액검사 등 대응이 중요
- 日정부 수면제 파란색으로 제조 요청
- 日 도도부현에 최소 1개소 성폭력 원스톱 지원 센터 설치 목표
- 日 변호사 협회 ‘병원거점형 지원센터’ 요구
- 갈수록 진화하는 수면제 성범죄...커피우유, 야쿠르트 사용
- 피해 직후 정밀 소변·혈액검사 등 대응이 중요
- 日정부 수면제 파란색으로 제조 요청
- 日 도도부현에 최소 1개소 성폭력 원스톱 지원 센터 설치 목표
- 日 변호사 협회 ‘병원거점형 지원센터’ 요구

【도쿄=전선익 특파원】지난 9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한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중학생 딸의 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성폭행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사건입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한국인 여성이 일본 후쿠오카의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민박집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집주인의 우발적 범죄로 일단락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다른 한국인 여성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며 집주인의 계획범죄가 드러났습니다.
![여중생 살인 및 사체유기 사건 피의자인 이영학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7/11/01/201711011606237119_l.jpg)
일본의 성폭력 피해자 상담소 ‘성폭력 구호 센터-도쿄(SARC도쿄)’에 따르면 올해 3~8월 상담을 진행한 성폭력 피해자 81명 중 10명(12.3%)이 약물에 의한 성폭행 피해자였습니다. 이들은 평소 주량에 비해 일찍 필름이 끊겼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들 모두 경찰에 데이트 약물 피해 신고를 했지만 정식으로 소변 검사를 받은 것은 단 두 사람 뿐이었다고 합니다.
히라카와 카즈코 SARC도쿄 이사장은 아사히신문을 통해 “경찰이 약물을 의심하지 않고 단지 술자리 과음에 따른 사건으로 보고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성폭력 범죄 5013건 중 30건(0.6%)만 수면제 등 약물이 사용된 사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약업계나 학계에서는 경찰이 파악한 숫자가 틀리다고 단언합니다.
아사히카와 의과대학의 시미즈 케이코 교수는 “1~2일이면 체내에서 배출되는 약도 있기 때문에 소변과 혈액의 조기 채취가 중요하다”며 “요즘은 미승인 약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간단한 소변 검사로는 반응이 나오지 않는 약도 시중에 돌고 있어 정밀기기에 의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경찰청 집계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노다 유키코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가해자가 정보를 얻는 반면 일반 시민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경찰과 병원 모두 제대로 된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약물에 의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알약이었을 때는 흰색이지만 가루로 만들면 파랗게 색이 변하는 수면제가 처방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성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는 수면제에 착색을 하도록 제약회사에 요청한 것입니다.

센터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 일본은 올해부터 연간 1억6000만엔(한화 약 15억631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이외에도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세이퍼인터넷협회’는 인터넷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수면제 등 지정 약물 거래나 정보게시, 아동 포르노 게시물 등 불법 정보를 찾아 경찰청에 신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범죄를 유발하는 유해 정보를 찾아 제공자 등에게 삭제를 요청하고 기록을 없애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인터넷 게시판 관리부터 제약회사,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