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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대공수사권 폐지, 해경 해체 따라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05 17:04

수정 2017.12.05 17:04

[여의나루] 대공수사권 폐지, 해경 해체 따라가나

세월호 사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갑작스레 해경 해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나는 원인 파악도 없이 대책부터 내놓는 것은 성급하다는 칼럼을 본지에 쓴 바 있다. 국민안전처 신설 등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을 거라 했다. 특히 해경 해체 발상은 충격적이었다. 국민안전처 산하 해양안전본부로 이름만 바꿀 뿐 달라지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보여주기식 극단적 조치는 정권이 바뀌며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국민안전처는 사라지고 해경은 부활하면서 조직개편 등을 위해 쓴 국민세금만 날린 셈이다.

엊그제 발생한 선창1호 사고는 규모만 다를 뿐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5명 정원의 낡은 어선을 개조해 20여명이 탄 것이나 어두운 바다에서 무리하게 운항한 것, 해경의 늑장 대응 논란 등은 여전하다. 극단을 오가지 않고 세월호 사고의 문제점을 차분히 복기했더라면 지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정도의 사고에 굳이 대통령이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까지도 없었을 것이다. 해경 해체와 부활을 오락가락하는 동안 해상사고 예방과 사고에 대한 확실한 대책 마련에 써야 할 시간과 자원을 허비한 것이다. 철저한 진단이 선행되지 않는 성급한 처방은 단순한 낭비를 넘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비판은 국정원 개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 이름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넘기거나 폐지하는 내용 등의 개정안을 정보위에 냈다. 이런 식의 국가정보원 개혁은 해경 해체보다 더 심각한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국정원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대공수사권이 왜 폐지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과거 수장과 주요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국정원은 바야흐로 '적폐'의 총본산 격이 되어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선거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 상황이다. 특수활동비 불법사용 의혹도 현재진행형이다.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기관이다. 댓글 공작 등을 통해 정권 수호에 앞장서고,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 왔다면 철저하게 단죄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오.남용된 것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인지 따져봐야 한다. 대공수사권 폐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선거.정치 개입 등은 국익정보를 담당하는 파트에서 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 방송 개입 등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러온 것도 이들의 전횡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내 정치관련 정보수집 기능을 폐지하는 것으로 국정원 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미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에 손발이 됐던 'IO'(기관 출입 요원)를 폐지하고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던 2개의 국(局)이 폐쇄됐다는 것 아닌가. 필요하다면 그 같은 기능의 부활을 금지하는 법 개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겉으로 해체됐지만 국민안전처 산하에 존재했던 해경처럼 대공수사 기능도 어딘가에 존재해야 한다. 경찰이나 검찰은 대공수사권을 줘도 안심할 수 있다는 보장은 누가 할 수 있나. 대안도 없이 일단 폐지부터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일각의 주장처럼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는 남용되는 국정원의 권한이 무엇인지 확실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진단과 정확히 일치하는 처방은 그다음이다.
해경 해체·부활 같은 국가적 어리석음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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