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헬스 헬스

'나노물질 이용한 온열' 뇌종양 치료길 열었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2.26 17:54

수정 2017.12.26 22:50

'인체 무해 저주파 이용' 나노물질, 작게 퍼진 암까지 없애
배성태 교수-서울대병원, 시스템 개발 '전임상 성공'
인체 무해 저주파 이용 암세포 분열시켜 내성없어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 배성태 미국 사우스캐롤라니아대학 전자과 교수(오른쪽)와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 배성태 미국 사우스캐롤라니아대학 전자과 교수(오른쪽)와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 치료에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가 차세대 치료법으로 적용될 전망입니다."

배성태 미국 사우스캐롤라니아대학 전자과 교수는 지난 10년간 서울대병원과 함께 마그네슘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 치료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고 26일 밝혔다.

■저주파 온열 암치료 전임상 성공

배 교수는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과, 안과, 핵의학과, 신경외과 교수들과 함께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120 KHz 미만)에서 열을 폭발적으로 발생시키는 마그네슘 나노물질 및 시스템으로 뇌종양이 걸린 쥐를 온열치료하는데 성공했다.

배 교수가 사용한 마그네슘 나노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의료용으로 허가한 물질과 동일한 계면의 산화철이지만 발열 효율은 100배나 크다. 또 인체 필수 원소인 마그네슘과 γ-산화철을 사용했기 때문에 독성에도 전혀 문제 없다. 특히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온열 암치료와 다르다.
뇌종양이 걸린 쥐에게 마그네슘 나노물질주사하면 암 세포로 인해 혈관에 갭이 생긴 곳으로 찾아가게 된다. 여기에 저주파를 쬐게 되면 폭발력이 생기면서 주변의 암 세포를 죽인다는 원리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나노의학회장)는 "전임상에 성공한 나노물질 온열 암치료는 기존 치료에서 사용하던 조영제와 같은 물질인 산화철을 이용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또 저주파를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온도라고 알려진 섭씨 50℃ 이상의 높은 온도를 낼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온열 암치료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산화철의 발열량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온열 암치료에 사용된 나노물질은 발열 효율이 높아 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연구팀이 실험 쥐에 뇌종양 세포를 자라게 한 뒤 그 부위에 직접 주사로 마그네슘이 쉘로우 도핑된 나노물질을 주입 후 인체에 무해한 저주파를 쏘자 2일 후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동물용 광학영상(bioluminescence Imaging)을 통해 확인했다.

'나노물질 이용한 온열' 뇌종양 치료길 열었다

'나노물질 이용한 온열' 뇌종양 치료길 열었다

■수술 힘든 작게 퍼진 암까지 잡아내…특히 뇌종양에 효과

기존 방사선 치료의 경우에는 암에 타겟해 치료할 경우 주변에 퍼진 암들은 치료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노물질 온열 암치료는 암 세포를 찾아가기 때문에 작게 퍼진 암까지 전부 사멸시킨다.

강 교수는 "기존 의료기기에는 의료기기 개발을 할 때 제품을 만든 다음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했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는 배 교수가 개발한 나노물질을 이용해 의료기기 제작 단계부터 서울대병원과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종양의 경우에는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고 다른 종양에 비해 재발의 위험이 높다. 뇌종양 치료를 위해서는 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치료와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이 있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발견이 어려워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다.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악성 뇌종양의 경우 현재 가장 효과가 있는 항암제인 테모졸로마이드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 2~4개월 수명이 연장되지만 두 치료 모두 내성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며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는 물리적으로 암 세포를 분열시켜 없애기 때문에 내성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차세대 치료법으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2020년 임상시험 진행 예정

나노물질을 이용한 온열 암치료는 2020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형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에서 효과를 봤지만 사람의 몸체만한 의료기기에서 동일한 저주파를 내야 하는 안전성 문제 때문에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배 교수는 "현재 토끼를 이용한 동물실험까지 마친 상태"라며 "내년에는 원숭이 실험을 진행한 후 2020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