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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경영권 편법 승계...과징금 역대 최대·총수일가 고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1.15 14:34

수정 2018.01.15 14:34

< 하이트진로의 공캔 통행세 거래구조 >
< 하이트진로의 공캔 통행세 거래구조 >

하이트진로(주)가 총수2세에게 전형적인 '통행세' 방법으로 경영권을 편법 승계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과징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해 역대 최대 금액이 부과됐으며 총수일가는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책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을 물어 하이트진로에게 79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부당 지원을 받은 총수일가 소유의 서영이앤티(주)에겐 15억7000만원, 부당 지원을 함께 한 삼광글라스(주)에겐 12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조직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와 김창규 상무, 총수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 하이트진로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이 2008년 4월 생맥주기기제조업체 서영이앤티를 인수하자, 자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급 2명을 이 회사에 파견, 급여 일부를 대신 지급하면서 내부거래를 기획·실행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또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들여오는 형태의 ‘통행세 지급’으로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때부터 2012년말까지 공캔 1개당 2원씩, 모두 4억6000개의 공캔에 통행세를 냈다.


서연이앤티는 이 덕분에 007년 14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가 2008년~2012년 연평균 85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익 제공 금액은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56억2000만원이다.

하이트진로는 또 2013년1월부턴 공캔 통행세 방법 대신 삼광글라스를 경영권 불법 승계과정에 끼워 넣었다. 아예 공캔의 원재료인 알루미늄 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중간에 넣도록 압박했다. 이런 코일 통행세로 서영이앤티가 2014년 1월말까지 1년 1개월 동안 얻은 매출은 590억원, 이익금은 영업이익의 20.2%인 8억5000만원로 집계됐다.

하이트진로는 아울러 서영이앤티가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하이트진로에 전산용품을 납품하는 키미데이터에 고가에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서해인사이트는 서영이앤티가 자본금 5억원으로 만든 생맥주기기 유지·보수업체인데, 순자산가치 6억3000만원의 4배에 달하는 25억원에게 키미데이터에 넘길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대신 키미데이터에겐 향후 8년 동안 생맥주기기 사후서비스(A/S) 업무 위탁비를 대폭 인상해주는 방법으로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토록 보장해줬다.

하이트진로는 이와 함께 2014년 9월 삼광글라스에게 공캔과 전혀 상관이 없는 글라스락캡(밀폐용기 뚜껑)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해 서영이앤티가 323억원의 매출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한 혐의도 적시됐다.

서영이앤티는 이로 인해 총수2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후 맥주공캔 국내 시장의 47%, 코일시장 14.47%, 글라스락캡 시장 58.7%를 각각 점유할 수 있었다.
반면 관련 중소기업들은 그만큼 피해를 입었다.

서영이앤티는 또 2008년 2월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총수1세의 지분증여, 기업구조개편 등을 거쳐 2011년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 결론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하이트진로는 총수가 단독지배하던 구조에서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면서 “이처럼 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던 서영이앤티가 갑자기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 점에 의심을 갖고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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