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 시추 확대.. 원유 재고량 늘며 브렌트유 6일 연속 하락
최근 국제 유가가 미국 셰일 진영의 공급 확대 여파로 급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당분간 국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200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온 국내 기름값이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와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배럴당 70.52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최근 6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9일 기준 배럴당 62.79달러까지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6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9일 배럴당 59.2달러로 40여일만에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9일 두바이유 가격 역시 배럴당 61.12달러로 5일 연속 하락하며 60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최근 일주일새 3대 국제 유가가 10%나 급락한 것이다.
국제 유가가 급락한 건 셰일 진영이 본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선 요인이 크다.
미 석유 서비스기업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미국 원유 시추기 수는 전주 대비 26기 증가한 791기를 기록했다. 시추기 수는 2015년 4월 이후 최대치이며, 시추기 증가폭도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도 4억1800만배럴(1월 26일 기준)로 전주보다 680만배럴 증가해 11주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미 원유 생산의 선행지표로 알려진 원유 시추기 수가 증가하면서 시장에 과잉 공급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더욱이 지난 8일 이란이 향후 3~4년 안에 자국의 하루 원유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70만배럴 늘린 470만배럴로 발표하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설비문제로 가동을 중단했던 북해산 포티스 송유관이 하루 만에 가동을 재개하는 등 운영 정상화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진 것도 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했다. 국제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미 달러의 강세로 한몫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인덱스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90.32을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1·4분기 계절적 요인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원유재고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하락 분위기 속에 7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국내 기름값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휘발유가격은 지난 10일 L당 1565.31원으로 205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23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주유소 휘발유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는 사상 최장 기록이다.
지난주 주유소 경유가격도 전주보다 5.0원 상승한 1359.5원/L로 29주 연속 상승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 7개월여간 국내 기름값이 계속 상승했지만 사실 상승폭은 L당 하루 0.5원꼴로 변동성은 약했다"며 "이는 국내 기름값의 바로미터인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 가격 변동폭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국내 기름값에 단기적 영향을 미치긴 어렵지만 최근 하락세는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을 당분간 유지한다면 국내 기름값도 2~3주 안에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