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온누리상품권 편법 '현금 깡' 성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9:29

수정 2018.02.19 21:47

일부 상인들 브로커 동원해 상품권 구매후 은행 가져가 현금으로 바꾸는 편법 이용
업계 "유통과정 개선해야"
온누리상품권 편법 '현금 깡' 성행

#. 서울 소공동의 한 상품권 거래소. 전화를 걸어 온누리상품권을 팔 수 있냐고 묻자, 직원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한다. 1만원권 100장은 현금 얼마에 거래 가능하냐는 질문에 직원은 "95만5000원이요"라고 짧게 답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여전히 '상품권 깡(현금화)'이 성행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온누리상품권은 1조2850억원이 발행됐다. 1년전에 비해 2820억원 늘어난 규모다. 은행에서 기업과 개인에게 판매하는 온누리상품권도 지난해부터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1조5000억원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당국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시장은 커졌지만 검은 거래는 여전하다. 상품권 매매업자와 거래소를 이용하는 방법부터 온라인 중고장터 등을 이용한 개인간(P2P) 거래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온.오프라인서 수백장씩 거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을 사고 판다는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상품권이 대량으로 거래되는 설 연휴 직전엔 게시물이 더욱 많아졌다. 대체로 거래가격은 명시가격의 80~90%선이다.

이중 100만원이 넘는 거래도 있다. 개인이 살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한도 30만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는 한시적으로 50만원까지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해도 2배 수준이다.

중고장터에서 1만원권 온누리상품권 90장을 87만원에 판매한 남성은 상품권이 어디서 났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통시장 상인 등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할 수 있는 가맹점주는 온누리상품권을 직접 구매할 수 없다. 이들이 물품판매나 용역제공 없이 받은 온누리상품권을 환전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 그러나 일부 상인들은 브로커 등 제3자를 동원해 상품권을 사고 이를 은행으로 가져가 현금으로 바꾸는 편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전통시장의 상인은 "가끔 쓰는 사람이 있긴 한데 상인들 모두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이걸(온누리상품권) 싸게 사들여서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털어놨다.

전통시장 컨설팅업체인 한스비지니스컨설팅의 김호 수석연구위원은 "개인이 살 수 있는 구매액이 정해져 있어서 알바나 브로커를 써서 사 모으는 것"이라며 "명절 기간에 10% 할인해 판매하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비싸게 사들여 시세 차익을 노리는 편법"이라고 설명했다.

■"불신 없애려면 '편법 거래' 손 봐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민세금까지 들여 할인 판매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이 편법 거래되면 상품권이 갖고 있는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5~10%의 할인액과 3%의 발행수수료는 정부가 보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을 관리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에서는 편법 거래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불신이 쌓이면 공멸할 수 밖에 없다"면서 "명절 전후로 전국 1300여개 시장상인회에 공문을 보내서 당부하고 금융기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권 유통과정까지 일일이 단속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유통과정을 개선해야 이런 편법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본부장을 지낸 곽주완 계명마케팅연구소 본부장은 "'은행에서 일련번호를 통한 추적이 가능하다'는 등 대부분의 상인들은 교육이 잘 돼 있다"며 "상인들 보다는 유통단계를 추적해서 제재를 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통시장 전문가는 "모든 상품권은 현금화(깡)가 가능하지만 정부에서 자꾸 할인율을 높여선 안 된다"며 "할인율을 높이면 상품권의 실질가치가 떨어져서 상품 구매보다는 다른 의도로 쓰일 위험이 커진다. 막상 암시장에서 거래가 되면 정부가 일일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측에서 이번 명절을 통해 제기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한다"며 "당장 온누리상품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보단 부족한 점을 살리고 상품권의 좋은 취지는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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