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환경심사 담당.. 은행업무와 거리 느껴지지만 유럽.개도국도 평가 필수
지원프로젝트 신뢰도 향상
지원프로젝트 신뢰도 향상
"각종 프로젝트의 환경 위험을 저감함으로써 지구를 지키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남종현 기술환경심의실 환경심의팀장은 자신의 업무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다.
얼핏 들으면 은행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맞나 싶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생물다양성 등의 가치는 예.적금과 대출, 투자 등으로 대표되는 은행 고유 업무와는 분명 거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의 기술환경심의실은 인간과 환경, 혹은 개발과 보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심한다.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찾아서
지난 2004년 8월 국내 최초로 출범한 수출입은행 기술환경심의실은 대형 수출산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지원 결정에 앞서 환경 리스크를 진단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수신과 같은 은행의 기본 업무와는 거리가 있지만, 규모와 무게감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인프라 건설 사업 등의 대형 수출산업 프로젝트는 적게는 수억 달러, 많게는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같은 개도국은 물론 유럽 대륙에서도 환경 적정성 평가는 필수다. 기술환경심의실은 자연환경은 물론, 문화유산과 지역주민 보건 등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다.
프로젝트는 환경에 미칠 위험 정도에 따라 A.B.C의 세 등급으로 분류된다. 위험도가 가장 높으면 A등급이다. 환경평가 결과에 따라 여신 승인 여부가 결정되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이후 사후검토도 진행한다. 이 모두가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위해서다. 시공과정.환경영향 등을 평가하지만 기본 목적은 여신 제한이 아니다. 오히려 혹시 모를 환경요인을 줄여줌으로써 해외 수출을 준비하는 국내기업들의 간접 조력자 역할을 담당한다.
남 팀장은 "궁극적인 목적은 여신 제한이 아니라 지원하되 환경과 사회에 미칠 위험요인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라며 "위험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도에 따라 사업계획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심할 경우 전면 재검토까지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를 지켜라'
기술환경심의실에서 환경심의팀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남 팀장은 지난 1993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환경심사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오랜 기간 환경심사 업무에 종사해온 남 팀장도 최근들어 부쩍 높아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체감한다. 남 팀장은 "2004년 출범 직후 환경심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수출입은행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내외 관심이 높아진만큼 수준 높은 인재 등용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술환경심의실 인재 등용의 최우선 가치는 '다양성'이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유산과 지역사회, 노동과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철저한 심사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남 팀장은 "초창기에는 자연환경 분야에 집중해 환경공학과 화학공학 출신 인재를 많이 뽑았지만,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회와 인간 등 넓은 범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며 "현재는 기계와 건축, 사회학, 인문학, 경제와 경영 등 다양한 전공 출신자들이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이어 "우리의 역할은 환경심사를 통해 국내 기업과 수출입은행의 평판(레퓨테이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구를 지키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힘든 업무 속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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