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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 파견] 평양 도착 3시간만에 김정은 만나.. '비핵화' 담은 친서 전달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5 22:12

수정 2018.03.06 01:05

첫날 이례적으로 만남 성사..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신호
신경전 줄이고 대화 속도낼듯.. 영접에는 대남라인 총출동
靑 "환대준비 많이했다 판단".. 북미대화로 이어질까
특사단, 이번주 워싱턴 방문.. 본격적인 중재외교 나서기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특별기편으로 북한 평양에 도착해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영접을 받고 방북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특별기편으로 북한 평양에 도착해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영접을 받고 방북일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부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5일 오후 북.미 대화 필요성과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 받았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대북특사단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오후 6시부터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만찬을 함께 했다. 특사단이 평양 도착 후 3시간 만에 김 위원장을 만난 건 과거 전례를 볼 때 파격적인 조치이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5분 능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 만남 택한 김정은 위원장

특사단이 평양 도착 후 3시간 만에 초스피드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는 건 남북대화 및 북.미 대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된다. 남도 북도 불필요한 신경전을 자제하고, 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오전 방북에 앞서 수석특사(특사단장)인 정의용 실장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을 살려 '한반도의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의 전제이자 한반도 평화 정착의 선결과제인 북한의 핵포기 문제를 김 위원장 면전에서 직접 거론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측이 먼저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게 최근 남북대화의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평창올림픽에서 조성된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된 4월로 넘어가게 되면 북.미 모두 불필요한 신경전에 휘말릴 수 있고, 자연히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사단 중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방북 후 이번주 중으로 워싱턴을 방문, 미국을 상대로 본격 중재외교에 나설 예정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 때문으로 해석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북특사단 방북 시 북측 체류시간 중 마지막 날에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마저도 현지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확답을 주지 않는 등 특사단을 노심초사하게 하기 일쑤였다. 2007년 8월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 조율을 위해 1박2일로 방북했을 당시에도 둘째 날이 돼서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다. 2005년 6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15정상회담 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을 때도 3박4일간 중 마지막 날에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접견을 허용한 건 과거 김정일식 '은둔의 리더십'이 아닌 공개적이고 자신감 있는 자신만의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자연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간접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北, 3단계 영접

북한은 특사단이 평양에 도착한 직후 기내영접(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을 시작으로 공항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영접 및 환담, 이어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전부장 영접에 이르기까지 급을 높여가며 3단계 영접을 선보였다. 북한의 대남라인이 총출동한 것이다.

리선권 위원장은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북측 단장으로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 파트다.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당시 북측 고위급 대표단으로 방남, 문 대통령을 예방했던 인물이다.

대표단이 1박2일간 묵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 대동강변의 고급 휴양시설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의 영접인사 면면이나 경호, 숙소 준비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특사단의 전문을 소개했다.


고방산 초대소는 평양시 대동강변 고방산 기슭에 있는 최고급 휴양소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외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체육시설과 오락기구, 도서관, 의료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전해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초 특사단 숙소로는 과거 2000년과 2007년 1.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백화원 초대소가 유력하게 거론돼 왔으나 과거 김정일 시대에 많이 애용돼 왔던 만큼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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