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중소기업 키우고 새로운 성장모델 제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12 13:47

수정 2018.03.12 13:47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불공정한 대·중소기업간 경제 구조를 바꾸고, 상생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중앙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이정희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사진)은 "경제가 성장해도 추가 고용 유인이 작은 대기업에만 인재가 몰려 소위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업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의 악순환
이 학회장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양극화'와 '멈춰버린 성장'을 뽑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지속된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한계가 폭발하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극심해진 결과 새로운 도전이 사라졌고 경제성장도 멈췄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경제개발이 본격화 됐던 1960년대부터 유치산업을 중심으로 소수 대기업을 육성했다. 제한된 경제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삼성, 현대, LG, SK, 한화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국가의 보호정책 속에 성장했다.

이 학회장은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초기 경제개발 단계에서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오히려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학회장은 "지금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이 3% 내외를 기록하는 저성장 국면"이라며 "7~8%씩 성장하던 시기의 경제정책과 경제구조로는 새로운 발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학회장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이 정부 보호와 육성정책에 힘입어 성장하는 동안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대기업들은 생산활동의 대부분을 하청업체를 통해 진행하면서 '기업 종속관계'를 강화했다.

그는 "대기업은 생산활동의 대부분을 하청업체를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해도 추가 고용의 필요성이 낮다"면서 "반면 중소기업들은 생산활동을 담당하기 위한 추가 고용 수요가 높지만 기업 양극화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실정" 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추가 고용 유인이 작은 대기업에만 인재가 몰려 '고용없는 성장' 발생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이런 상황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학회장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챙기고 있다"면서 "인력과 부가가치의 편중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대기업 선호 현상을 보며 '도전정신이 없다'는 말을 한다"면서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도전을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 '새로운 성장 모델' 보여줄 때
이런 관점에서 역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전부 대기업에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일자리 창출 수요가 없는 대기업은 생색내기용 일자리를 추가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출범 1주년을 앞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구조 개편 등 새로운 성장 모델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스타트업을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키우고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노동·일자리 정책에 대해선 "정책 방향은 시대 흐름과 맞지만 충실한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위한 '민간투자 활성화'해야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대·중소기업 상생'을 제시했다. '대중소기업 상생'의 선결 조건으로 '불공정 경제 타파'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 학회장은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기술탈취와 불공정한 이익 분배 문제 등 불공정 경제를 타파해 중소기업들이 제대로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대기업이 단순히 '내 이익을 복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게 나눠 준다'는 관념이 아닌 '정당한 파트너'로 대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은 특정 조건을 시행하면 금전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 많았다"면서 "이런 정책은 일시적 해결책이 될 뿐 근본적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을 통해 기술개발을 돕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는 등 중소기업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의 하나로 '대기업 투자펀드 조성'을 뽑았다.

그는 "대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민간투자 활성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혁신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자본이 중소기업에 흘러들면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는 '상생 경제'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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