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사용했다가 '칼바람'을 맞았다는 남성 직장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 문화상 남성의 육아휴직에 이해가 아직 부족한데다 정부의 보호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1만2043명(총 9만 123명)으로, 1402명이었던 2011년에 비해 6년간 9배 가량 늘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남성들에게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6년간 9배 증가에도 부정적 인식 여전
그러나 무턱 대고 유아휴직을 사용했다가 해고 강요 등 피해를 봤다는 호소가 나온다.
경기지역 중소업체에 다니는 박모씨(35)는 최근 1년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으나 보복행위에 못이겨 결국 퇴사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내부규칙으로 여직원만 육아휴직이 가능했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박씨가 고민 끝에 선택한 휴직이었다.
보복은 복귀 첫날부터 시작됐다. 회사는 8년간 자재관리부에서 지게차 등 특수차량을 운전한 박씨를 화학제품을 다루는 생산부에 발령냈다. 박씨는 부당한 인사라고 항의했으나 ‘임금 수준은 그대로여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관리팀과 생산부는 전혀 업무가 다르고 지금까지 관리부에서 생산부 발령은 1차례도 없었다”며 “휴가 중에도 ‘돌아오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는데 실제 보복을 당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왕따 경험도 털어놨다. 박씨는 “회사에서 한번 찍힌 뒤 친했던 직원들도 복귀 이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육아휴직을 쓰라지만 정작 부당한 대우에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고 답답해 했다. 박씨는 회사 복귀 2주만에 스스로 퇴사했다.
현행법상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 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 법 취지와 달리 임금 수준만 비슷하게 맞추고 당초 업무와는 전혀 다른 곳에 인사조치하는 방식으로 보복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상사가 '왜 육아휴직을 남자가 쓰느냐'고 구박하는가 하면 '돌아오면 각오해라' 등 협박성 발언도 횡행한다는 전언이다.
일부러 집에서 먼 지역으로 발령내 출퇴근을 어렵도록 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서울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과거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가 해고 당했다. 법적 다툼 끝에 복직했으나 회사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인 인천 영종도로 A씨를 발령냈다. A씨는 부당 전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법적 분쟁을 벌이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는 회사의 권고사직을 받고 퇴사했다.
■"남성 육아휴직에 반감, 기업문화 개선해야"
여성정책연구원이 남성 육아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4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직장 분위기상 사용이 어렵다'는 답이 48.1%였고 '사용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24.9%에 달했다.
김명희 노무사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해 전혀 다른 직무를 주는 것은 많은 보복조치 중 하나”라며 “부당 전보로 다툴 수는 있지만 증거자료 수집이 쉽지 않은데다 회사가 경영상 판단이라고 반박하면 법정이나 노동위원회에서 회사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지만 근로자가 불이익 당한 사실을 입증해야 해 실제 구제 받기가 어렵다”며 “남성들 육아휴직에 반감이 있는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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