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골목길 갈지자(之) 돌진하는 '스몸비' 배달원..오토바이에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26 15:00

수정 2018.03.27 07:44

전문가 "음주운전보다 위험"
서울의 한 배달대행업체 앞에 주차된 배달원 오토바이에 스마트폰 거치대가 붙어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서울의 한 배달대행업체 앞에 주차된 배달원 오토바이에 스마트폰 거치대가 붙어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직장인 김모씨(29)는 서울 종로의 한 주택가에서 앞으로 돌진해오는 오토바이를 보고 움찔했다. 그가 살짝 옆으로 피해 충돌을 피했지만 배달원은 한손으로 스마트폰만 보며 갈지(之)자로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다. 오토바이의 핸들 부분에는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붙어 있었다. 김씨는 “골목길에서 배달원이 운행하면서 휴대폰을 하는 것을 자주 본다”며 “사고가 날까 우려 된다"고 했다.

■"주문 빼앗길라" 목숨 건 배달경쟁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스몸비 배달원(Smombie·스마트폰과 좀비 합성어)’ 때문에 도로 위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배달원들이 실시간 어플리케이션으로 고객 주문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배달 경쟁이 심해진 탓이다.


2개월째 배달기사 일을 하고 있는 A씨(29)는 다른 기사보다 '기술'이 부족해 돈을 못 버는 편이라고 전했다. A씨는 목적지에 도착해 손님에게 음식을 전달한 뒤 스마트폰 배달앱으로 다음 주문 요청을 찾느라 그 자리에서 5분 정도 시간을 보낸다.

반면 '돈 잘 버는' 다른 기사들은 한 번 움직일 때 여러 곳에서 음식점을 들러 주문을 받는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배달요청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운행중이라도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다른 기사에게 주문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A씨는 “통상 배달하러 가는 길에 인근에서 배달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주문을 여러 개 받아 배달한다”며 “작정하고 배달대행 어플 2~3개를 깔아 쉴틈 없이 휴대폰을 만지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A씨처럼 출발하기 전 주문을 찾다가는 배달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설명이다.

운행중에도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면서 일부 운전자는 아예 운전석 옆에 거치대까지 만들어 쓰고 있다.

26일 서울의 한 도로 옆 보행거리에 배달전용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26일 서울의 한 도로 옆 보행거리에 배달전용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

최근에는 배달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배달원이 인명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달 초 배달대행 P업체 배달기사 B씨(22)는 배달을 하던 중 대구 수성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치고 달아났다. 피해자 C씨(38.여)는 치아가 부러졌고 자녀 2명은 타박상을 입었다. 사고 다음날 검거된 B씨는 "배달 호출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5년 새 이륜차 사고 11.7% 증가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6년 이륜차 사고는 1만8982건으로,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614명, 2만2764명에 달했다. 5년 전인 2011년(1만6988건)에 비해 11.7% 가량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륜차 사고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운행 중 휴대폰을 보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재경 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음주운전은 앞을 보고 주행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각능력은 있지만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에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주행하는 행위는 운전자 본인 뿐 아니라 행인과 다른 운전자에게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경찰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배달원들이 주로 골목이나 아파트 주변에서 운행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조금만 부딪혀도 중상이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위험하다"면서 "오토바이 운전자는 검거가 어려워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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