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개헌안에 '국가의 의무'로 명시..보호단체들 "생명의 나침반"… 통과 촉구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권보호단체 카라를 비롯해 케어,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등 8개 주요 동물보호단체로 구성된 '개헌을 위한 동물권 행동(개헌동동)'은 16일 지난 3월20일 문제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 통과와 함께 후속 법안에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개헌동동은 문제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건국 이래 처음으로 동물보호 조항이 반영됐지만 국회가 여전히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제38조 제3항에는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돼 있다. 동물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이 개헌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동물보호에 대한 법적 지위가 마련되고 관련 하위법령에 세부 내용과 함께 관련 정책과 제도,예산 등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동물권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독일이나 스위스 등에서는 헌법으로 동물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헌동동은 개헌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가의 동물보호 명시를 천명한 이번 대통령 개헌안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최선의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개헌동동 관계자는 "우리나라 동물은 제대로 된 법 제도적 장치가 없어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으며 이를 보다 못한 국민들의 자구책에 의존해 동물보호가 조금씩 실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미약한 동물보호법이 조금씩 바뀌어 가며 생명적 가치를 근근이 지켜왔으나, 동물을 물건과 동일시하고 도구적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한 법과 제도의 한계는 시대정신을 거스른 채 생명을 존중하려는 국민들의 의지를 번번이 좌절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개헌안이 통과되면 동물보호는 헌법에 명시된 바 합당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가 되고 이로써 동물권 구현의 길이 열리게 된다"며 "동물을 생명으로 대하는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국민의 요구에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개헌동동 관계자는 "끊임없는 유기동물 양산과 멸종위기종 밀수 및 암거래, 비일비재한 길고양이 동물학대와 멈추지 않는 변종 동물쇼, 비윤리적 동물실험, 그리고 공장식 축산 체제가 이미 예고하고 있는 대량 살처분 등 대한민국의 생명경시는 이미 극에 달했으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며 "헌법에 동물권 명시야말로 큰 틀에서 동물복지 향상을 이끌어주는 생명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동동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의 동물보호 정책수립 의무가 명시된 대통령 개헌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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