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제6회 서울국제식품포럼 해외강연자] "미래 식품시장 '질병 예방·건강 유지'에 무게중심 실릴 것"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2 16:40

수정 2018.04.23 13:58

라민 라후아즈니아 유로모니터 식품&푸드 부문 리서치 총괄
"건강하게 오래사는 것" 무엇보다 중요..초고령화 시대 글로벌 식품산업 트렌드..무첨가.개인맞춤형 식품 등 9가지 꼽아
글로벌 식품시장 '헬시에이징'에 주목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도 상대적으로 높다. 영국, 미국 등의 선진국과 비교해도 가정간편식(HMR)과 같은 '레디밀'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는 여러 질병들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는 식품의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다." 지난 12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6회 서울국제식품포럼'에서 기조강연한 라민 라후아즈니아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 식품&영양 부문 총괄은 한국의 식품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라민 라후아즈니아 유로모니터 식품&푸드 부문 리서치 총괄 사진=박범준 기자
라민 라후아즈니아 유로모니터 식품&푸드 부문 리서치 총괄 사진=박범준 기자


라민 총괄은 글로벌 데이터 분석기관 유로모니터에서 글로벌 유통, 패키지 푸드 애널리스트와 리서치 매니저 등을 역임하고 현재 식품&영양 부문 리서치를 총괄하고 있다. 초고령화와 장수명 시대의 글로벌 식품산업 트렌드로 9가지를 꼽았다. △소비자들의 정보접근성 증가 △개인맞춤형 식품 증가 △자연 그대로의 식품수요 증가 △무첨가 식품 △기능성 식품 △생산과정을 고려한 식품소비 △기술의 가정화 △사회적 지위와 식품섭취의 연관성 증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이다

라민 총괄은 "100세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건강한 삶에 대해 특정분야가 아닌 통합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화를 통해 음식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건강한 삶이 중시되고 있고 치료보다는 예방에 건강관리의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세 시대, 이른바 초고령화와 장수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따라서 장수명 시대에는 단순히 오래산다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삶이란.

▲건강한 삶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활동적인 삶이다.이는 달리기를 하는 체력적인 부분의 활동성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는 것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하는 것 등이다. 두번째는 영양이다. 내 몸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보충하고 영양과잉은 피하는 것이다. 균형 잡힌 영양에 보다 신경 쓰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이다.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균형 잡힌 영양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염된 도시에 산다면 질병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

―초고령화시대는 의료기술과 식품산업의 발전에 힘입은 바 크다. 동시에 과거에는 없던 질병도 등장하고 있다. 인류가 더 건강해지고 있다고 보나.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당뇨나 비만 등 현대 인류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건강 문제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평균 기대수명의 증가,즉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보다 오래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건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8년에는 세계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74세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평균 건강기대수명도 65.5세 정도로 현재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평기대수명과, 평균 건강기대수명은 빠르지 않지만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식품 분야 글로벌 전문가로서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수준이라고 보나.

▲한국인은 건강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맞춰 노인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관심을 많이 갖는다. 식후에 소화에 도움이 되는 매실주스를 마시는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과거부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식품보다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해 주는 식품이 더 발달할 것이다.

―한국의 식품 시장을 다른 외국과 비교한다면.

▲한국은 식품 마케팅 리서치 관점에서 흥미로운 국가다. 최근 몇년 새 한국의 HMR 시장은 급성장했다. 최근 한국의 식품 트렌드는 '레디밀'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집에서 보다 간편하고, 합리적으로 먹을 수 있는지가 주요 관심사다. 이에 비해 영국과 미국 등은 편의성보다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먹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소비자가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스크래치 쿠킹'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 양파와 마늘을 직접 다지고 만드는 등 원재료로 직접 식사를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경우 그 나라 문화를 담은 전통음식이 발달돼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양 결핍이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비만 등 영양과잉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영양과잉은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중동, 남미, 북미에서 심각하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문제는 아니다. 한국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영양과잉의 문제는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내리는 것에 대한 문제다. 많은 나라에서 보다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선택은 슈퍼마켓, 레스토랑에서도 이뤄진다. 영양과잉 이면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이고, 이 선택은 소비자들의 결정에 달렸다. 문제의 원인을 찾고 진단하기 전에 사람들이 영양과잉에 대해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수명 시대를 맞아 건강기능식품과 헬스보충제 등 건강보조식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보조제가 인류의 건강한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다양한 국가, 많은 회사들이 여러가지 목적의 식품들을 제공하는 만큼 단순하게 이 같은 식품이 좋다 나쁘다를 양분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 임산부 등 특정집단은 비타민 섭취나 고른 영양섭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건강기능식품 등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모든 사람의 건강을 개선시켜 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도 과잉 섭취할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 가운데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건강보조식품을 먹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건강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건강보조식품과 함께 최근 들어서는 자연주의 식품으로 불리는 슈퍼푸드가 각광받고 있다.

▲딱히 한마디로 슈퍼푸드를 정의하기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슈퍼푸드는 많은 비타민, 미네랄 등을 함유한 음식이지만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과학적 근거나 기준은 아직 없다. 슈퍼푸드가 '실버 불렛(유일한 해결책.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의미다. 슈퍼푸드는 식품 종류 중 하나로 영양 균형이나 영양 보충,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 개인에게는 유익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현재 직면한 건강 문제의 직접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

▲GMO에 대한 정책이나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 GMO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이다. 이에 대한 법규도 굉장히 엄격하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중국은 소비자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 측면에세 접근한다. 미국과 남미의 경우는 농작물 사이에서 번지는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라도 GMO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듯 나라별, 대륙별, 산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분법적으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래 식품산업 전망은.

▲식품은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특히 장수명 시대에 걸맞은 완전식품의 발견과 개발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새로운 영양소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현재도 있고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다. 일부 동남아나 중국에서 단백질의 대체재로 곤충식품이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건강한 삶과 맞물려 현재 주요 단백질 보충원으로 활용되는 육류가 미래에도 유용한 식재료로 이용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식품시장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게 나이가 드는 '헬시에이징'이 최대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인들도 역시 헬시에이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관련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다. 다만 산업이 발전하려면 명확한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헬시에이징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K푸드와 함께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hwlee@fnnews.com 이환주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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