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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 "신약 개발·미세먼지 문제..화학硏이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4.22 17:01

수정 2018.04.22 17:01

취임 3개월 맞는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장
연구자 출신 원장으로 연구만하는 환경 강조했는데...
성과는 10년이상 쌓여온 연구가 결실을 맺는건데 원장이 재촉하면 안되는 일
AI로 기대되는 부분 많아 50만개 라이브러리 표준화
유효성 평가시스템 개발 가능..신약 개발에 활용할 예정
미세먼지 연구 진행은...
미세먼지는 황산화물같은 2차 생성물질이 70% 이상
대기오염물질 전환 촉매 원천기술로 배출저감 기대
6월 서울국제신약포럼서 신약산업 국민께 알릴 것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 22일 대전 가정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구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하에 연구는 자율적으로, 경영은 책임감 있게 화학연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 원장은 또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연구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연구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이 22일 대전 가정로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구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하에 연구는 자율적으로, 경영은 책임감 있게 화학연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 원장은 또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연구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연구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 대전=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연구자들이 연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22일 대전 가정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에서 만난 김성수 원장은 "연구자 출신 원장으로서 연구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0년 화학연에 입사해 신약개발 등 유기합성화학 연구에 몰두했다. 2007년부터 2008년에는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해양심의관, 식품의약품안전청 R&D기획단 단장 등 공직 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 원장에게 앞으로 화학연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들어봤다.


―화학연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현재 화학연은 기후변화 대응 및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 신종 질병 등의 글로벌 이슈를 비롯해 출연연에 대한 변화와 혁신 요구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직면해 있다. 이 상황에서 원장으로 취임해 앞으로 화학연을 더욱 새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연구원의 경영 철학은 '인재 중심 연구경영'이다. '변혁적 리더십'을 통해 연구원들과의 긴밀한 소통과 신뢰하에 연구는 자율적으로, 경영은 책임감 있게 화학연을 운영하겠다. 또 개인과 조직의 꿈과 가치를 같이 함양할 수 있는 수평적이면서도 변혁적인 리더십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학연이 앞으로 '연구소다운 연구결과'로 승부하는 연구원,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가는 연구원, 국민이 기대하는 공공연구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연구는 장기적으로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자 출신 원장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재촉하지 않고 연구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원장 자리에 있을 때 다양한 연구성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것은 10년 이상 쌓여온 연구가 결실을 맺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려고 한다. 시간이 될 때마다 연구자들과 점심을 함께 먹은 후 차를 마시면서 함께 비전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취임할 때도 일반적인 취임사를 읽는 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 화학연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연구자들과 함께 가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구 중인 미래기술에 대해 설명해달라

▲연구원의 비전은 '우리를 위한 화학(Chemistry for Us), 지구를 위한 화학(Chemistry for EARTH)'이다. 이 중 'EARTH'는 E(Energy and Environment), A(Aqua and Agriculture), R(Resources and Recycling), T(Transport and Telecommunication), H(Human and Health)의 약자다. 이를 바탕으로 △신기후체제 대응 및 에너지 자립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 및 식량 해결 △국가 전략소재 확보 및 자원 순환 △미래사회 스마트 소재 혁신 △질병 정복 및 국민안전 확보를 앞으로 중점적으로 수행해야 할 육성분야로 설정했다. 이에 대한 핵심 연구분야로 기후 및 대기환경 변화에 대한 친환경 화학공정 기반 대응기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첨단 화학소재 기술, 신약바이오 핵심 기술, 미래자동차용 친환경 소재 기술, 데이터에 기반한 화학연구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을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57세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이학박사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포스트닥터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합물은행장, 신약연구종합지원센터장, 생명화학연구단장, 선임연구본부장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해양심의관 △식품의약품안전청 R&D기획단 단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첨단융합전문위원회 위원장 △대한화학회 이사 및 산학협력부회장 △한국연구재단 이사 △한국화학연구원 원장(현)
△57세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이학박사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포스트닥터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합물은행장, 신약연구종합지원센터장, 생명화학연구단장, 선임연구본부장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해양심의관 △식품의약품안전청 R&D기획단 단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첨단융합전문위원회 위원장 △대한화학회 이사 및 산학협력부회장 △한국연구재단 이사 △한국화학연구원 원장(현)

―신약개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신약개발에는 대략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대략 400여명의 연구원, 10년 이상의 연구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발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의 실험 기반의 스크리닝보다도 더 빠르고 정밀한 약물 분자 스크리닝이 가능하며 직접 약물을 디자인하거나 탐색할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약물분자의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예측하기도 한다. 화학연의 대표 브랜드인 한국화합물은행은 50만개의 라이브러리와 이와 관련해 수많은 질환 및 타깃에 대한 약효, 약물성, 기초독성 데이터를 갖추고 있다. 이제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외부데이터와 함께 축적할 차례다. 이 작업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데이터에 대한 빠른 유효성 평가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앞으로 화학연이 보유하고 있는 대량의 실측데이터, 유효성 평가플랫폼과 인공지능분야의 융합을 통해 신약개발 중 직면하게 되는 여러 가지 '보틀 넥(bottle-neck)'을 해결하고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의 안정적인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신약개발 기술은 기업에 어떻게 이전되고 있나.

▲최근 몇 년간 국내 신약개발은 양적.질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우리 연구원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녹내장 치료제, 혈액암 치료제 등 각종 질병 치료 후보물질 등을 제약업계, 바이오벤처에 기술 이전하고 공동 개발해왔다. 궤양성 대장염은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하지만 화학연 연구진과 성균관대학교 연구진은 공동연구를 통해 '펠리노-1'이라는 혁신 타깃이 염증성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궤양성 대장염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성과는 브릿지바이오라는 바이오벤처에 기술 이전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이 후보물질의 전임상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3월 21일 미국에서 임상 1상 실험을 시작했다. 화학연 연구원기업인 바이오네틱스는 '11베타-HSD1'을 표적으로 하는 녹내장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보령제약에 기술이전 됐던 혈액암 치료제도 전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원천기술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분해해 없애는 '프로탁(PROTAC)'이라는 기술이 있다. 여러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동시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다. 화학연 '신개념 질병유발 단백질 파괴 치료기술 플랫폼 구축연구 사업단'에서는 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벌써 여러 국내 제약사로부터 공동연구 제안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해 3D 세포배양기술, 제브라피시 연구 등 새로운 플랫폼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이슈다. 화학연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세먼지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암모니아,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2차 생성물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물질의 배출 및 노출을 줄이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화학연이 가지고 있는 대기오염물질 전환 촉매 원천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배출원에 적용해 배출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 고기능 흡착제(금속·유기 복합체 및 다공성 탄소 소재 등)를 이용해 이미 배출된 대기오염물질 노출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미세먼지와 같은 국민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화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본지와 화학연이 6월 21일 '제10회 서울국제신약포럼'도 공동주최한다.


▲그동안 서울국제신약포럼에서는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 인공지능 기반 신약연구, 기초연구를 산업계로 연결하는 중개연구,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등의 주제를 시의적절하게 다뤄왔다. 파이낸셜뉴스와 화학연이 함께 바이오헬스 산업을 주제로 해 국민건강을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이나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신약연구 분야를 논의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포럼이 지속 추진돼 국민에게 국내신약산업의 지향점과 목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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