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자녀들은 2011년 8월 한 주식회사 주식을 100% 취득했다. 이듬해 4월 A씨는 이 회사에 자신이 보유하던 84억원 상당의 서울시내 부동산을 증여했다. 회사는 그에 따른 법인세 16억원 상당을 신고.납부했다.
세무 당국은 A씨의 부동산 증여로 사실상 휴업 중인 회사의 주식가치가 상승한 것은 우회적인 재산 증여라며 자녀들에게 40억원 상당의 증여세와 가산세를 부과했다.
휴업이나 폐업 중인 회사에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해서 주주 등이 1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으면 과세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자녀들은 과세 처분에 불복,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회사에는 매출이 존재했을 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법인세를 낸 만큼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부동산을 증여할 당시 회사가 사실상 휴업이나 폐업상태로 보여 '편법 증여'라고 판단했다.
2005년∼2008 사업연도에 회사의 수입금액이 전혀 없었고 2009년 이후에는 매출 금액이 연 100만원으로 소액인 점, A씨 자녀들이 회사를 인수한 후엔 500여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A씨 지배 회사나 그 거래처가 거래 상대방이라서 매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액의 매출이 존재한 2009년 무렵부터 A씨의 부동산 증여 시점인 2012년까지 회사가 직원 급여 등을 지급한 적이 전혀 없는 점도 이 회사가 휴업 내지 폐업상태였다고 판정하는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휴업.폐업 중인 법인을 과세 대상에 포함하는 건 주주들이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회사 주식을 취득한 뒤 이를 이용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으면서도 증여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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