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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외환보유액도 무용지물 된 아르헨 경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1 17:12

수정 2018.05.11 17:12

IMF권고 수준 617억불 육박, 외환보유액 최대로 늘렸지만 환방어 실패로 시장 불안감만
외환보유 효용성 논란 재점화..전문가 "문제는 경제 펀더멘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요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IMF 본부에서 니콜라스 두요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도 무용지물 된 아르헨 경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외환위기를 대비한 외환보유액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아르헨티나가 지난 1월 외환보유규모를 사상최대로 늘렸음에도 이번 위기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를 막는 안전판 가운데 하나로 기능할지는 몰라도 이것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통화가치 급락이라는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이는 역으로 "더 나쁜 상황이 온다"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겨 통화가치 추가 하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상황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껏 디폴트(채무불이행)와 회복을 수차례 거듭한 아르헨티나가 탄탄한 외환보유액을 구축하자 외국인 투자자들도 조금씩 안심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6월에는 100년만기 국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달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속에 마침내 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저항선인 3%를 뚫고 올라가면서 흐름이 역전됐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탄탄했다. IMF가 제시하는, 수출.단기부채.통화공급.기타 채무 등을 감안한 적정외환보유액 규모에 근접하고 있었다. 위기에 맞닥뜨리기 한달전인 3월에만 해도 외환보유액은 617억3000만달러로 IMF가 권고하는 적정외환보유액 규모 652억3000만달러에 근접했다. 아르헨티나는 4월 외환보유액의 약 8%, 50억달러 가량을 동원해 외환시장에서 페소를 매입했지만 페소 급락세를 막지 못했다.

중앙은행(BCRA)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달 마지막주에도 1.6%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방어가 실패하자 BCRA는 금리를 올려 자금 이탈을 막으려했다.

지난달 27일과 이달 3일, 4일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7.5%에서 4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뉴턴투자운용의 칼 셰퍼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아르헨티나가 외환보유액 매각으로 환방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금리를 40%까지 끌어올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외환보유액, 금리인상 모두 페소 급락을 막는데 실패했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8일 IMF에 300억달러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외환보유액으로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느냐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여년간 끊임없는 논란이 돼왔다. 각국은 IMF의 권고대로 외환보유액을 늘리는데 주력했고, 이론상 경제적 충격을 막는 완충장치로 적정 수준의 변동환율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위기를 막는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환방어로 자국통화에 대한 신뢰를 높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같은 개입이 시장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베어링스 자산운용의 개리 스미스는 실제로는 환방어가 투자자들 사이에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만으로는 외환위기를 막기에 불충분하고 다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2008년 한국, 2014년과 2015년 러시아 사례는 부차적인 장치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한국의 경우 2008년 외환보유액의 20%가 넘는 돈을 풀어 환방어에 나섰지만 미 연준의 통화스와프가 없었다면 원 추락을 막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 러시아의 경우에는 2014년과 2015년 루블 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역시 20%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풀었지만 실질적으로 루블을 살린 것은 러시아 최대 수출품인 석유의 가격 상승이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다르다. 외환보유액 규모 역시 상당했지만 신흥시장 가운데 대외채무가 가장 많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특히 국채의 66% 이상이 외국통화로 발행됐다. 같은 중남미의 브라질이 4.4%, 멕시코가 33.5%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또 25%가 넘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등 경제 펀더멘털도 취약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아르헨티나에 이어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 역시 외환보유액 규모에 상관없이 펀더멘털이 취약한 나라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은 터키를 주목한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나오면서 리라 급락이 일단 진정됐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과열,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 등이 리라 추가 하락의 불을 댕길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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