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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는 시작일뿐?.. 커져가는 신흥국 위기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5.14 17:19

수정 2018.05.14 20:57

페소화 급락에 구제금융行 
미국發 통화 긴축에 러시아.브라질.터키 등 줄줄이 통화가치 떨어져
한국도 변동성 커질수도
아르헨티나는 시작일뿐?.. 커져가는 신흥국 위기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요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급기야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신청했다.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본이 빠르게 이탈하며 신흥국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호한 대외건전성과 완화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신흥국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블룸버그 및 대신증권에 따르면 4월 이후 대외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4월 초와 비교해 미 달러화 대비 12.7% 약세를 나타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가운데 페소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구제금융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신흥국으로 위기가 전염될 조짐을 보이면서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각각 달러 대비 10.0%, 8.7% 하락했다. 이어 터키(-8.4%), 멕시코(-7.6%), 남아프리카공화국(-6.1%) 등이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진 국가다.

고물가와 정치 불확실성 등 내부요인과 함께 전 세계 주요국 통화긴축,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신흥국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금은 신흥국 전체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국에 대한 자금이탈은 해당국들의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상승시킨다. 이들은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신흥국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리스크가 적은 여타 신흥국의 자금이탈까지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최후의 수단으로 '구제금융'까지 신청함에 따라 신흥국 전반으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도 신흥국 범주에 묶이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제 파급 여부도 주목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57.4%로 선진국(42.6%)보다 높았다. 신흥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신흥국 경기 악화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7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4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등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감안할 때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실제 우리나라 원화의 절상률은 1.4%로 일본(-3.3%), 유로존(-4.0%)보다도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역시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비축하고 있었음에도 외환위기를 맞게 된 만큼 신흥국 리스크 파급 여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기준 617억3000만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IMF 권고 적정 외환보유액(652억30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외건전성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좋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남미의 경제위기가 동남아 등으로 전염돼 국내에도 환투기 세력이 개입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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