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가 잇따라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 동물보호단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대표 임순례)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3월 이후 길고양이 3마리가 연달아 동물학대로 숨을 거둔 정황이 포착돼 지난 15일 분당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카라는 이달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길고양이가 이날 오후 반토막난 사체로 발견됐다는 제보를 접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체 발견장소에는 핏자국 등이 없었고 나머지 상체 부분은 발견되지 않아 다른 장소에서 살해된 뒤 옮겨진 것으로 보였다.
카라 관계자는 “병원에서 사체를 검사한 결과 절단 부위는 가위 같은 것으로 자른 것처럼 깔끔했으며 내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제보자는 지난 3월 이후 동일한 장소에서 3건의 동물학대 의심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으며 다른 두 건의 사체에 대해서도 수의사가 확인한 바 동물학대사건임이 명백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지난 3월에도 길고양이가 죽은 채 발견된 바 있다. 3월 초 겨울집 근처에서 죽은 길고양이의 경우 사체를 조사한 결과 ‘외상과 늑골골절에 의한 폐출혈, 이로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누군가 길고양이의 옆구리를 쇠파이프나 각목등으로 내리찍어 죽였다는 것이다. 또 이 사건 발생 약 2주 후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안구가 함몰된 채 발견됐다.
카라 관계자는 “제보자가 지난 3월 학대사건 발생시 관할 파출소에 신고했으나 경찰 측에서 미온적으로 대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동물보호법은 개정되었지만 일선 현장에서 아직도 동물학대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동물학대사건을 중대범죄행위로 보고 철저히 수사한다. 동물학대사건은 사람에 대한 범죄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도 3월에 제대로 수사가 진행됐다면 추가적인 범죄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경찰이 잔인한 동물학대사건에 대해 끝까지 수사해 범죄자를 검거하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