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월드컵 중계 보고나면 흥분으로 바로 잠들기 쉽지 않아
심혈관 기능 약한 노인 등 조심해야.. TV 시청 자세 바르지 못하면
뻐근하고 쑤시는 척추 통증 생겨
심혈관 기능 약한 노인 등 조심해야.. TV 시청 자세 바르지 못하면
뻐근하고 쑤시는 척추 통증 생겨
14일부터 한달간 러시아 월드컵이 진행된다. 러시아와 6시간의 시차 때문에 우리나라 경기가 오후 9시, 오후 11시, 자정에 진행된다.
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는 14일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경기를 보다 평소 수면 시간을 놓치기 쉽다"며 "건강을 챙기면서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 시청, 흥분은 금물
늦은 시간 스포츠 중계를 보고 흥분하게 되면 아무래도 잠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는 억지로 잠을 자려고 하기보다는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크게 숨을 쉬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힌 뒤 잠을 청하는 게 좋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게 되면 오히려 수면의 질을 더 방해할 수 있으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밤에 장시간 깨어 있으면 성장호르몬과 수면관련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낮 동안의 활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새벽 경기를 시청하려면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깨거나 낮에 짬을 내 잠깐 자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포츠 중계를 보다 보면 과도한 흥분과 긴장이 생기면서 교감신경이 자극돼 혈압과 맥박이 올라간다. 경기를 시청하면서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더 많이 피우는 경우에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심혈관 기능이 약한 노인, 고혈압을 앓고 있는 사람, 협심증이나 부정맥 등의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흥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조이는 증상이 오면 즉시 TV 시청을 중단하고 편안한 자세에서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증상이 지속되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허리 무리가지 않게 바른 자세 유지해야
TV 시청 자세가 바르지 못하면 다음날 목과 어깨, 허리 등이 뻐근하고 쑤시는 척추에 통증이 생기기 쉽다. 그 중 가장 취약한 부위가 바로 허리다.
허리 안에 있는 디스크는 원래 아주 질기고 탄력성이 좋은 섬유 테두리 속이 충격을 잘 흡수해 주는 젤리와 같은 수핵이 들어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이것이 척추 뼈 마디 사이에 들어있어 몸의 축에 전달 되는 충격을 흡수하고 몸을 전후 좌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이 디스크가 점차 딱딱해지고 부피가 줄어들면서 원래의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을 퇴행성 변화라고 한다.
하지만 나쁜 자세와 생활습관이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도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퇴행을 촉진시킬 수 있다. 새벽시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축구 경기를 시청한다면 허리에 당연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옆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진 자세는 척추 본래의 구조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부하를 가중시키게 된다. 허리 손상은 서서히 진행하고 증상도 쉽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심각한 상태가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장 박성준 원장은 "건강한 허리로 월드컵을 즐기려면 바른 자세로 시청하고 응원 동작을 따라 하며 몸이 경직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청 전에 5~10분 정도는 스트레칭을 하며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야식, 칼로리 낮고 소화 잘되는 음식으로
밤 늦게 경기를 시청하면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식은 멜라토닌 분비를 감소시키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에도 영향을 주므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다음 날 피로감이 느껴지고 소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칼로리가 낮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 게 좋다. 열량과 당분이 낮은 우유나 두유, 오이나 당근 등의 야채, 토마토 등이 좋다. 우유나 바나나, 땅콩 등에는 흥분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 있어 수면과 진정에 도움이 된다. 또 다음 날 피로 회복을 위해 고용량의 비타민 C와 B를 복용하는 게 좋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