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국악의 멋과 흥 그리고 맛을 느낄 수 있는 축제판이 여럿 펼쳐진다. 우아하고 고상한 서양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지만, 민족의 얼과 한이 살아 숨쉬는 우리 가락의 한판 놀음은 심금을 울린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흥겨운 노래와 춤부터 지나간 과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선율까지, 따뜻한 여름 밤의 흥취로 즐기기에 딱 좋다.
국립극장은 오는 7월 6일부터 22일까지 여우락(樂) 페스티벌을 연다. 올해로 9회를 맞은 '여우락 페스티벌'은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실험을 하는 음악가들과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온 우리 음악 페스티벌이다.
2010년 시작한 이후 5만4000여 관객이 찾은 인기 페스티벌로 날로 진화하는 창조성으로 주목받는 축제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일 예술감독은 "'여우락'은 음악가들로 하여금 우리 음악의 범주 안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과 영감을 주는 페스티벌이 됐다"고 밝혔다.
올해 키워드는 '신(信)·신(新)·신명(神明)나다' 3개다. 17일간 11개의 공연이 펼쳐지는데, 관객은 이 무대를 통해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우리 음악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믿고 보는 '신(信)'에서는 전통의 뿌리를 이어오는 명인과 멋진 연주력을 보여줬던 연주자를 소환하는 무대다. 굿 앙상블 장단 DNA는 세종대왕과 한글을 주제로 한 공연을 선보이고, 명창 안숙선은 지음(知音)들과 함께 한국 전통 음악계의 새로운 역사가 될 무대를 꾸민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우리 음악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던 솔리스트 앙상블 상상과 바람곶이 '여우락'을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뭉친다. 새로울 '신(新)'에서는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프런티어의 무대를 볼 수 있다. 차세대 작곡가 김택수를 비롯해 젠슈, 사이먼 바커, 차승민, 잠비나이, 이아람의 무대를 비롯해 두번째달과 송소희, 하림과 블루카멜 앙상블,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와 연희컴퍼니 유희의 무대는 흥이 넘치는 현대적 신명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국립국악원의 도심 속 국악 콘서트 우면산 별밤축제도 16일 개막한다. 이 축제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 아래에서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야외 국악 콘서트다. 축제는 퓨전국악을 중심으로 하는 국악콘서트와 전통과 창작 연희 공연이 매주 번갈아가며 무대를 꾸민다. 개막일인 16일에는 영화 '쉬리', '7번방의 선물', '인천상륙작전'의 음악감독 이동준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함께하는 영화음악 콘서트를 연다. 이어 국악 연주단체 '고래야'(30일)를 시작으로 국악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에스닉팝그룹 락'(7월 14일), 국악계의 아이돌 고영열(8월 25일) 등의 무대가 연이어 열린다. 오는 9월 1일까지 매주 토요일 밤 8시 국립국악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이밖에도 연희 집단 '더 광대'와 '유희', 타악 그룹 '타고' 등이 출연한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우리의 대표 명절 중 하나인 단오를 맞아 오는 18일 국악과 재즈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공연 단오 놀:음을 마련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국악 장단의 매력을 국내외로 전파해온 타악 연주자 민영치와 JTBC 음악예능프로그램 '비긴 어게인-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편에 출연해 실력을 선보인 드러머 이상민, 베이스 황호규 등을 만날 수 있다. 음악뿐 아니라 단오의 세시풍속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매듭기능 전승자인 심영미 매듭장과 함께하는 '장명루(오색팔찌) 만들기', 종이문화재단 한국지호공예협회 오영재 회장의 '단오 절식 클레이 아트'가 국악마당 일대에서 열리며 이날 밤에는 단오의 대표적인 음식인 수리취떡과 앵두화채를 맛볼 수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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