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20일 내놨다. 한경연은 수출시장 악화의 근거로 5가지를 제시했다.
한경연은 2015년 이후 13대 수출 주력업종 내 한계기업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국내 13대 수출 주력업종에는 선박류,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기계,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섬유류, 가전, 자동차부품, 컴퓨터가 포함됐다.
선박, 자동차 등 13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계기업 수는 2015년 370개사에서 2017년 464개사로 2년새 94개사가 증가했다. 업종별 한계기업 증가 수는 일반기계(29개), 자동차부품(26개), 섬유류(16개), 무선통신기기(10개)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관계자는 “수출 주력업종내 한계기업이 증가하면, 대외환경이 악화될 경우 즉시적인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편중이 심한 취약한 수출구조도 큰 문제다. 전체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2015년 11.9%에서 올해 1~5월 중 20.3%로 2년 반만에 8.4%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점차 둔화돼 2년 후인 2020년에는 오히려 마아너스(-)16.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 측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선언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도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출에 위협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도 수출 경쟁력 약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 원·달러 월 평균 환율은 2017년 1월 1185원에서 지난 달 1076원으로 9.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달러 월평균 환율은 115.1엔에서 109.7엔으로 4.7%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원화가치의 단기적 절상 폭이 크고, 엔화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높아 수출 가격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통상규제와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보복조치 등은 우리 수출에 위협 요인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보호무역이 심화될 경우 세계교역 위축으로 한국의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이미 올해 5월말 기준 미국, 중국 등 27개국은 한국제품에 대해 202건에 달하는 수입규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 경제의 둔화와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도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은행은 선진국 성장 둔화, 원자재 수출국 경제회복세 약화로 세계경제 성장률과 국제교역 증가율이 올해 각각 3.1%, 4.0%에서 2020년 각각 2.9%, 3.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조로 신흥국의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지금 우리경제는 내수 위축과 일자리 감소 등으로 경제펀더멘탈이 매우 좋지 못한 상황”이라며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침하는 불가피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