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행동이 연구대상.. 심리·의약학 등 융합 가능
내년 첫 졸업생 배출해
내년 첫 졸업생 배출해
'인류 과학의 마지막 미스터리', '마지막 남은 과학의 탄광'.
뇌 과학에는 이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다른 과학 분야와는 달리, 뇌 과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영역이라서다. 우리는 아직 뇌의 기억 저장 방식이나 뇌와 감정간 연관성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앞으로 밝혀질 뇌의 작동 원리는 생활 속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이화여자대학교는 학문계 '블루오션'인 뇌인지과학을 선점해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5년 뇌.인지과학과를 신설했다. 학부과정으로는 국내 최초다. 뇌.인지과학과 류인균 주임교수는 "미래지향적 여성 융합학 전문가 배출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뇌.인지학은 융합 전문 학과
뇌.인지학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중심으로 인간의 모든 정서와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대 정신 분석학이나 생물학 등 하나의 학문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인간의 다양한 특성을 '뇌'라는 매개체를 통해 설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뇌.인지학은 인간에 초점을 둔다. 공부, 소비, 휴식 등 인간의 모든 행동을 연구하기 때문에 연구 범위가 넓다. 그렇다 보니 심리학.의약학.공학.법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융합을 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융합 사례로 '뉴로 마케팅'을 들 수 있다. 소비자의 뇌세포, 자율신경계 변화 등을 분석해 소비 심리를 밝혀내고 이를 응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 외에도, 뇌 반응이나 영상 분석을 통해 인간의 공간심리를 설명하고 이를 건축학에 적용하거나 법학과 융합해 범죄자 양형 근거로 사용하는 데 기량을 펼칠 수 있다.
류 교수는 "다양한 학문간 융합을 위해 공학.생물학.생명과학.정신의학.신경학 등 다양한 전공 교수들이 전임 및 겸임 교수진으로 와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주요 교과목으로는 '법정 뇌인지과학', '신경 유전학', '뇌와 의사소통', '약물, 뇌, 행동' 등이 있다. 이론 뿐만 아니라 뇌를 직접 연구하는 실습과정도 필수다. 전공 실습 수업에서 학생들은 뇌 영상을 통해 살아있는 뇌를 보고, 뇌의 뼈를 분리시켜 조직을 자르는 과정도 관찰한다.
류 교수는 "현재 뇌융합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연구 전용 MRI, 비침습적 뇌자극 기기 등을 이용해 여러 실험도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는 뇌세포, 신경세포, 유전자, 행동 유형 등으로까지 연구 분야를 넓혀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취업 가능성 '무궁무진'
뇌.인지학이 신생 학문인 만큼,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학과는 사회에서 뇌인지과학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전문가들을 초빙해 연단에 세우고 있다. 연사들은 뇌 건강 증진 건강식품 개발, 뇌과학을 활용한 헬스케어 어플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강의해오고 있다.
수업 외에도 여러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내 연구기관인 뇌융합과학연구원은 뇌인지과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겨울방학 4주 연구원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해 관련 연구 기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 뇌인지과학과 대학원생과 학부생간 멘토링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진로 탐색하는 시간도 갖는다.
학과 졸업생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뇌 과학은 어느 분야와도 융합이 가능하기 때문.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뇌 과학이 떠오르는 현상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뉴럴링크'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및 뇌과학 분야 선구자를 영입했다. 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역시 인간의 뇌로 제어할 수 있는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개발 중에 있다. 류 교수는 "AI도 사람의 기억 저장 방법, 뉴런의 신호 전달 방법 등을 모방한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확대되면 뇌.인지과학 이론을 적용할 분야도 많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뇌인지학과는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교수들은 뇌인지학과 1세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졸업 예정 학생들과 1:1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류 교수는 "현재 국내외 대학원에 진학해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앞으로 졸업생들은 과학 기술 관련 정부 부처나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변리사, PD 등 다양한 전문 업계로 진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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