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물벼락 갑질' 이후 조현민·이명희·조양호 모두 구속 영장 기각
재판부 "피의사실 다툼 여지 있어"
재판부 "피의사실 다툼 여지 있어"
수백억원대의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6일 오전 조 회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한진가(家)는 이른바 '물벼락 갑질' 파문 이후 조현민 전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모두 구속의 문턱에서 구사일생하게 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 일가는 수백억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서울국세청은 지난 4월 30일 조 회장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은 조 회장과 4남매가 2002년 별세한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에게 해외 재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의 세금 탈루액은 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의 조세포탈과 관련, 지난달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어 26일에는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상대로도 상속세 누락 경위를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자녀 현아·원태·현민 3남매 등 총수 일가가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수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총수 일가가 대표로 있는 면세품 중개업체에 이득을 주기 위해 대한항공이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검찰은 아울러 부동산 일감 몰아주기 수법으로 횡령한 혐의도 함께 포착했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 일가의 횡령과 배임 규모는 최소 2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근처에 약사와 함께 '사무장 약국'을 열어 운영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을 지난달 28일 불러 15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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