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에 문 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고산습원·암석원·야생화 언덕 등 체계적으로 자연생태 보존
축구장 7개 크기 호랑이숲도 조성, 철조망 넘어 눈 마주치면 '짜릿'
봉화, 아름다운 정자 많기로 유명
1700년대 지어진 사미정, 석천계곡 위에 자리한 청암정 등 한여름 무더위 날리기에 제격
고산습원·암석원·야생화 언덕 등 체계적으로 자연생태 보존
축구장 7개 크기 호랑이숲도 조성, 철조망 넘어 눈 마주치면 '짜릿'
봉화, 아름다운 정자 많기로 유명
1700년대 지어진 사미정, 석천계곡 위에 자리한 청암정 등 한여름 무더위 날리기에 제격
【 봉화(경북)=조용철 기자】 경북 봉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오지'다. 전북의 '무진장(무주·진안·장수)'에 견줄만한 경북 'BYC(봉화·영양·청송의 영문 머리글자)' 가운데 한 곳이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에 서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식물자원의 체계적인 보전을 위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개장한 지역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는 핵심시설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선 고산습원, 암석원, 야생화 언덕 등 다양한 주제원을 통해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산림생물자원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건 아마도 '정자가 많은 지역' 정도일 것이다. 단지 개수로만 살펴봤을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가 있다고 한다. 봉화는 깊은 산골이지만 선비들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있는 고장이기 때문이다. 정자는 일반적으로 경치가 빼어난 자리에 들어선다. 깊은 산이나 계곡 아래 물이 돌아드는 곳이라면 거의 어김없이 정자가 들어선다. 봉화에 빼어난 계곡도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사미정계곡과 청암정
운곡천(雲谷川)은 봉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하천이다. 운곡천은 태백산 줄기인 문수산(1206m), 옥석산(1242m), 각화산(1177m) 등에서 발원해 춘양면 서벽리와 애당리를 적신 뒤 법전면 소천리를 지나 명호면 도천리에서 낙동강과 합쳐진다. 운곡천 9㎞에 걸쳐 펼쳐지는 춘양구곡은 경암 이한응(1778~1864)이 지었다. 춘양구곡의 1곡은 어은으로 법전면 어은리에서 한참 내려가면 만난다. 반면 2곡 사미정은 어은에서 1㎞ 정도 올라오면 나온다. 사미정은 옥천 조덕린(1658~1737)이 말년에 지은 정자다. 운곡천의 시내가 넓어지면서 물이 천천히 흐르는 장소다. 이 굽이의 바위 언덕 위에 사미정이 살포시 앉아 있다. 이 주변 계곡이 '사미정계곡'이다. 오염되지 않은 물줄기가 지나고 주변의 울창한 송림과 기암괴석은 바라볼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사미정계곡과 함께 봉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은 석천계곡이다. 계곡 위쪽의 청암정과 함께 명승으로 지정됐다. 청암정은 충재 권벌(1478~1548)이 1526년에 세운 정자다. 정자가 많기로 이름난 봉화에서도 대표 아이콘으로 손꼽힐 만큼 자태가 빼어나다. 충재 종가 권용철씨는 "청암정의 풍광이 수려해서 평소에도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청암정이 있는 닭실마을(달실마을) 아래쪽에 석천계곡이 펼쳐진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만큼 계곡 내 솔숲이 울창하다. 골이 비교적 깊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계곡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석천정사가 있는 너른 반석 일대는 손꼽히는 물놀이터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석천계곡 위에는 묵직한 자태로 석천정사가 서 있다. 충재 권벌의 아들인 청암 권동보가 지은 정자다. 춘양목을 건축 재료로 썼다. 석천정사 난간에 기대서 바라보는 계곡 풍광이 일품이다.
■'숲을 누리다, 행복을 나누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를 잇는 백두대간은 한반도 지형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다. 이곳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33%가 서식하고 있는 중요 생태축으로서 특산식물, 희귀식물 등 다양한 생물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지난 5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문을 열었다. 수목원에선 백두대간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백두산호랑이와 함께 구상나무, 모데미풀, 꼬리말발도리, 설앵초, 미선나무, 금강초롱꽃 같은 희귀 야생화가 사는 이유다. 백두산호랑이의 기상에 시선을 빼앗기고 야생화를 살펴보고 있으면 백두대간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든다.
수목원에서 가장 큰 볼거리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호랑이 숲이다. 숲으로 향하기에 앞서 방문자센터에서 호랑이 관련 전시와 설명을 들으면 백두산호랑이에 대해 좀더 깊이 알 수 있다. 한반도의 정기와 한민족의 기상을 대표하는 동물인 백두산호랑이는 전세계에 남아있는 호랑이 6종 가운데 몸집이 큰 편에 속한다. 일본은 1900년대 전후로 호랑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인다는 구실로 무자비하게 호랑이를 도륙한 결과 현재 동북아 지역에 남아있는 호랑이는 140마리 정도다.
이처럼 귀한 백두산호랑이 3마리가 수목원 호랑이 숲에 살고 있다. 17세 수컷 '두만', 13세 암컷 '한청', 7세 수컷 '우리'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두만'은 사육동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객이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한청과 우리다. 호랑이 숲을 찾아가면 어슬렁거리거나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한청과 우리를 볼 수 있다. 한낮에는 자고 있는 호랑이와 만날 가능성이 높다. 호랑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저녁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축구장 7개를 합친 크기의 호랑이 숲은 나무와 연못을 조성해 최대한 자연에 가깝도록 만들었다. 호랑이에게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여행객은 6m 높이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호랑이와 만난다. 호랑이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매서운 눈빛에서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백두산호랑이의 용맹함이 드러난다.
백두산호랑이는 수목원의 27개 전시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거울연못, 고산습원, 암석원,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등 보고싶은 전시원이 넘쳐난다. 워낙 넓기 때문에 방문자센터에서 가지고 온 안내서를 보고 미리 동선을 정한 뒤 이동하는 게 좋다. 굳이 걷기 싫으면 호랑이 트램을 이용해 구간 이동이 가능하다. 주중에는 15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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