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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서 잠자는 동전, 은행이 홀대한 탓?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14 10:04

수정 2018.07.14 10:04

지점에 따라 요일·시간제한 두고 동전 교환 기피하는 은행
눈치 보고 불편 호소에도 은행 반응 시큰둥.. "업무의 효율 때문"
#. 평일 오후 돼지 저금통을 털어 집 근처 은행을 방문한 직장인 A(33)씨. 11시 30분쯤 도착한 은행은 비교적 한산했고, 대기하는 고객이 없어 번호표를 뽑자마자 창구로 향했다. “동전 저금하러 왔습니다” A씨의 말에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고객님, 11시까지 동전 저금이 가능합니다”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그래도 처리해 드릴 테니 자리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며 청원 경찰에게 A씨를 안내했다. 10분쯤 지나도 아무런 말이 없어 A씨는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그제야 청원 경찰이 귀찮은 듯 동전 저금을 접수했고, A씨에게 “다음에는 11시까지 가지고 오세요”라며 또다시 주의해 줄 것을 강조했다.

A씨의 사례처럼 은행은 대부분 동전 교환 날짜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대포통장 근절, 통장 만들 때 필요한 서류 등 팸플릿이 잘 비치되는 것과 달리 동전 교환 관련 안내문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동전 자동교환기가 설치된 지점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은행에 동전을 저금하기 위해 종류별로 분류한 A씨. /사진=A씨 제공
은행에 동전을 저금하기 위해 종류별로 분류한 A씨. /사진=A씨 제공

■ '동전교환운동'하면 뭐 하나.. 동전 교환에 시큰둥한 은행

한국은행은 지난 2008년부터 매년 5월 화폐 제조비용 절감을 위해 ‘동전교환운동’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총 28억개(3808억원), 연평균 2.8억개의 동전을 회수했으며 연평균 284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올해도 5월 한 달간 346억원 어치, 2억4900만개의 동전을 회수해 239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노력에도 은행은 동전 교환을 기피하고 직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더구나 동전 교환을 하더라도 교환 금액을 해당 은행의 계좌나 카드로만 지급하기 때문에 무거운 동전 보따리를 들고 헛걸음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은행에 동전을 교환하러 갔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잇따랐다. 직장인 B(34)씨는 “은행에 동전을 들고 갔더니 기계가 없다고 해서 다른 곳을 갔는데 ‘왜 이렇게 많이 바꾸나’며 직원이 싫은 티를 팍팍 냈다”고 밝혔다. 이어 “직원이 매월 초와 말일, 월요일이나 금요일 점심 전후는 바쁘니 그 시간을 피해서 오라고 했다”며 “은행한테도 갑질을 당한다”며 하소연했다.

아이디 'ssi2****'는 “은행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전 바꾸러 왔다고 하면 직원들은 대부분 인상부터 쓴다”며 “불친절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것아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주 지나고 보니 그 은행이 친절 우수 은행으로 뽑혔다고 현수막을 걸어 기가 막혔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ek_k****'는 “은행 직원들이 귀찮아하고, 요일도 정해져 있고, 그마저도 대부분 오전으로 한정되어 있어 불편하다”며 “직장인들은 은행 시간표에 맞춰야 동전을 바꿀 수 있어 번거롭다”고 말했다. 아이디 ‘ange****’는 “동전을 분리해서 은행에 가지고 갔는데 얼마냐고 물었다”며 “누가 계산해서 가지고 가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분류한 동전을 비닐봉지에 담아간 A씨. 대기인수가 0명이었지만 10분이 지나서야 은행 직원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동전 교환을 해줬다. / 사진=A씨 제공
분류한 동전을 비닐봉지에 담아간 A씨. 대기인수가 0명이었지만 10분이 지나서야 은행 직원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동전 교환을 해줬다. / 사진=A씨 제공

■ 동전 교환, 지점에 따라 요일·시간 달라.. 은행 "업무의 효율성 때문"

국민·우리 등 5대 은행에 확인한 결과, 동전 교환은 본사에서 지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각 지점에 따라 자체적으로 정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A은행은 같은 지역에 있어도 지점에 따라 동전 교환 시간이 3시 30분과 4시로 달랐으며 동전 교환기가 있어 고객이 직접 교환이 가능했다. B은행은 화,수,목요일만 동전 교환이 가능하며 오후 1시까지 시간제한을 뒀다. C은행은 요일 구분 없이 동전 교환이 가능했지만 역시나 오전 9시~11시까지 시간제한이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서울 여의도, 신림, 구로 등 5대 은행 10곳을 둘러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곳 중 1곳만 동전 교환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현재 은행 홈페이지에서도 어느 지점에 동전 교환기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고, 콜센터나 해당 지점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은행들은 지점마다 동전 교환기 설치 여부나 이용 시간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업무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농협 관계자는 “동전 교환 업무에 30~40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일과 시간제한을 두는 것”이라며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업무의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도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시간을 너무 낭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은행 업무를 보려는 고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다수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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