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글에 6兆 과징금.. 공정경쟁 저해 판단
국내서도 규제법안 발의
국내서도 규제법안 발의
구글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6조원에 이르는 과징금 처분을 받자 '선탑재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선탑재 앱이란 스마트폰을 사서 처음 전원을 켰을 때 이미 깔려 있는 앱이다. EU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 검색' 등의 앱을 강제 설치토록 해 공정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도 주시하는 선탑재 앱, 규제 될까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스마트폰에는 5~50개의 앱이 이미 깔려 있다. 선탑재 앱은 주로 구글이나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협의해 출고 단계에서 설치한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앱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선탑재 앱이 거의 없는 건 자급제 폰뿐이다. 국내 소비자가 쓰는 스마트폰 10대 중 9대는 모두 이동통신사에서 사야 한다.
이통사가 공동 개발한 앱장터인 '원스토어', 이통사가 연계해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 앱 등은 쓰지 않는 사람들에겐 의미가 별로 없다. 특히 지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e메일, 시계, 연락처, 캘린더 등은 사용자가 앱장터에서 골라 쓸 수도 있는 것들이다.
한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앱 서랍을 열어보면 동영상 서비스 등 다양한 앱이 있는데 지우면 혹시 문제가 생길까봐 정리도 못하고 그낭 놔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순기능도 있다. 이동통신사가 미리 설치한 전용 고객센터 앱은 요금제를 확인하거나 바꿀 때 유용하다. 유튜브 등의 동영상 앱은 사용자들에게 이미 익숙하다. 다만 다른 동영상 서비스 앱이 앱장터에 많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안 된다는 시각도 많다.
이미 정치권에선 선탑재 앱을 강력히 규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건을 발의했다. 선탑재 앱 목록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승인받아 공시하거나, 법에서 앱 선탑재를 금지하는 방안이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은 선탑재 앱에 관대하다. 법으로 선탑재 앱을 삭제토록 하고 있지만 단말기 제조업체, 운영체제(OS) 공급업체는 제재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U, "선탑재 앱 끼워팔아 공정경쟁 저해"
EU가 지난 18일(현지시간) 구글에 내린 과징금 처분은 소비자보다 앱 개발업계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방통위의 시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EU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제조업체에 '구글 검색'과 웹 브라우저 '크롬' 등 자체 개발한 앱 설치를 강요했다고 봤다. 구글이 강제로 앱을 끼워 팔았다는 판단이다. 다른 앱 개발사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게 과징금의 취지다. 구글이 항소 절차에 들어갔지만 EU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EU는 이미 지난 2004년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에 2조8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MS가 PC 운영체제인 윈도에 동영상 재생기인 '미디어 플레이어'를 끼워 팔았다는 이유다.
한편 해외에선 일부 이동통신사가 선탑재 앱 깔기를 포기하면서 시장 정화에 나선 사례가 있다. 독일의 도이체텔레콤은 지난 3월부터 유통하는 스마트폰에 선탑재 앱을 넣지 않기로 했다. 도이체텔레콤은 미국 3위 이동통신사 T모바일의 최대주주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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