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미투 운동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고은 시인(85)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57) 등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은 시인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미투시민행동은 성명을 내고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은 성폭력 혐의를 부인하면서 지난 3월 영국 출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인으로서 지닌 명예가 실추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글쓰기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피해자의 외침을 묵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성폭력 가해자가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은은) 그동안 침묵하다가 몇 개월 만에 갑작스레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피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보복성 역고소는 어렵게 용기 낸 증언자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적반하장격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고은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당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피해자와 증언자들이 아니라 바로 고은 당신 자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는 아울러 "고은은 당장 소를 취하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진정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는 반성없는 가해자들의 태도를 똑똑히 지켜보고 끝까지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그를 암시하는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사실이 지난 2월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최 시인은 직접 방송 뉴스에 출연해 원로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다고 밝혔고, 한 일간지에는 그가 술집에서 바지 지퍼를 열고 신체 특정 부위를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은 시인은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상습적인 추행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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