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구호만 요란한 ‘공공’ 주도 제주 풍력발전사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30 11:05

수정 2018.07.30 12:33

원희룡 지사 “풍력은 공공재…기업 투자 받되 에너지공사가 주도” 
도내 3개 후보지 해상풍력발전사업 규모 1조9500억원 가량 소요
에너지공사 자본금 663억원 ‘고작’…제주도, 제도 개선·증자 ‘뒷전’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 풍력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조달 한계에 부딪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공주도 풍력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조달 한계에 부딪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좌승훈기자] 공공 주도의 풍력발전사업을 하겠다는 제주도가 정작 관련 예산 학보에는 뒷전이다. 간판과 구호만 요란할 뿐, 제주도에너지공사(사장 김태익)에서 SPC(특수목적법인)를 통해 민간과 합동개발방식으로 추진하더라도, 자본력이 매우 취약해 공공주도의 풍력발전 개발사업 추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내년에 제주시 구좌읍 한동.평대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위한 SPC가 설립되는데도, 제주도는 공사의 수권 자본금을 확충하고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 개선을 통해 자본금의 25%까지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만 내놨다.

제도 개선이 언제 이뤄질 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증자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 SPC 이사.감사 선임 위한 10% 지분 확보 ‘관건’…공사 증자 먼저

제주도는 2011년 제주특별법에 풍력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데 이어, 2012년 전국에서 처음 에너지 전문 지방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공공 주도의 풍력개발 투자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평대리와 월정리.행원리, 표선면 표선리.세화2리.하천리 등 3곳을 해상풍력발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원희룡 지사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해 “풍력은 공공재”라며 “전문기업들의 투자를 받되, 제주도가 출자한 에너지공사가 사실상 사업권을 쥐고, 투자 주체들과 합작하는 형식으로 이익을 지역에 최대한 환원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공공 주도 풍력발전사업의 중심축이 돼야 할 제주에너지공사의 자본금은 663억원이다. 게다가 공기업법상 공사가 다른 법인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는 공사 자본금의 10%로 제한을 두고 있다.

공공 주도 해상풍력단지 후보지 3곳에 대한 SPC의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에너지공사 자본금이 기존 663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증자돼야 한다.
공공 주도 해상풍력단지 후보지 3곳에 대한 SPC의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에너지공사 자본금이 기존 663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증자돼야 한다.

100MW급 해상풍력단지 1개소를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총 공사비는 6500억원 가량 된다. 3개소를 건설하려면 1조9500억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물론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 단독으로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리스크가 매우 높기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SPC를 설립하고 PF(Project Financing)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대개 PF는 80%(5200억원), SPC 자본금은 20%(1300억원) 수준이며, SPC 자본금은 투자자들의 출자금을 통해 이뤄진다.

또 풍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에 극대화하도록 SPC를 관리하는 것이 제주에너지공사의 역할이라고 한다면, 최소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SPC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수준인 이사 또는 감사 선임권 1명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상법상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기존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대해 PF 외에 SPC 자본금 1300억원 중 1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13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는 해상풍력단지 1개소에 대한 것이며, 3개소 모두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사 자본금이 기존 663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증자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제주도가 100% 출자한 제주에너지공사의 자본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도가 출자하거나 ▷공사의 이익잉여금에서 자본금으로 편입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공기업법상 의무적으로 감채적립금, 이익준비금 등으로 우선 편입해야하므로 공사의 이익잉여금에서 자본금으로 편입시키는 방법은 규모가 매우 작아 한계가 있다.
따라서 SPC 지분참여를 위한 자본금 확대 방법은 제주도가 출자하는 게 타당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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