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비핵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유엔 대북제재를 어기고 핵개발 및 불법 무역을 계속한다는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의 불법행위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평가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대북제재 결의의 이행과 감시를 전담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독립 전문가 패널이 작성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146쪽짜리 보고서는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문건으로 보도 당일 밤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전달됐다.
패널은 보고서에서 지난 2월 이후 6개월간 북한을 관찰한 결과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멈추지 않았다"고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부정했다고 진단했다. 교도통신은 문제의 보고서에 북한의 영변 핵단지가 여전해 작동중이며 5MW(메가와트) 원자로 역시 가동중이라는 내용이 실렸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내용은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였다. 지난 2006년부터 북한을 제재한 안보리는 지난해 9월 제재안에서 회원국들이 대북 석유정제품 수출을 연간 200만배럴로 줄인 뒤 3개월 뒤에 이를 연간 50만배럴로 더 낮췄다. 안보리는 같은 해 8월에 북한산 석탄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선박 식별장치를 끄고 해상에서 화물을 옮겨 싣는 방법으로 석유와 석탄거래를 계속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달 유엔에 제출한 별도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들어 5월 30일까지 89건의 불법 환적을 통해 석유를 수입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패널은 해당 사례에 등장한 유조선들이 최대 적재량의 3분의 1만 채우고 거래를 했어도 북한이 50만배럴이 넘는 석유를 얻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만약 문제의 유조선들이 적재량의 90% 이상 채우고 거래에 나섰다면 북한이 얻은 석유는 140만배럴로 안보리가 정한 상한의 약 3배가 된다. 또한 패널은 북한이 석탄을 비롯해 안보리가 금지한 물품들을 중국과 인도 등에 계속 수출해왔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400만달러(약 158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패널은 이 외에도 금융부분의 제재를 지적하고 제제 가운데 가장 이행 수준이 부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제재 대상과 거래를 계속하는 200곳 이상의 다국적 합작사 등이 포착됐다. 패널들은 북한 외교관들이 "제재 회피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들이 가족이나 유령회사를 동원해 세계 각지에 차명 계좌를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의 금융 거래를 위임받은 개인들이 최소 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유럽에서 폐쇄된 계좌들이 아시아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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