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 126억弗 썰물.. 美 금리인상 등 긴축 타격
미국의 금리인상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촉발된 신흥국들의 도미노 금융위기 우려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자본의 이탈로 일부 취약국 통화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신흥국 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흥국 수입여력이 제한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한 국내 수출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 및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 조사 결과 지난 4~5월 중 신흥국 증권투자액 순유출 규모는 126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급격한 환율절하로 불거지기 시작한 일부 취약국가의 금융불안은 현재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미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이 국제금융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가운데 터키도 IMF에 'SOS'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내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등 전 세계 통화긴축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신흥국 금융·외환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달러화 등 주요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통화완화 정책으로 고위험·고수익을 찾아 신흥국 자본시장으로 유입된 투자자금이 이탈하게 된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보는 가운데 12월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말 기준 신흥국 통화지수는 연초 대비 6% 이상 하락한 상태다.
과거에 비해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가 좁혀진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말 기준 선진국·신흥국 간 성장률 격차는 약 2%포인트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약 6%포인트의 격차를 보인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아직 신흥국 전반의 금융위기로 볼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지만 신흥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신흥국 중 경상수지 적자국의 통화가 1% 절하될 경우 우리나라 및 중국, 대만 등의 국가에서 신흥국으로 수출하는 규모가 6개윌 후 최대 0.6%까지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적자국은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라질, 멕시코, 체코, 헝가리,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10개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신흥국 수출 비중은 57.4%로, 선진국(42.6%)을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1995년 35.6%였던 대신흥국 수출 비중은 2005년 처음으로 50%를 넘은 이래 꾸준히 확대돼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터키, 이집트, 미얀마, 남아공, 우크라이나, 인도, 폴란드, 필리핀 등 고위험군 12개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은 11.1%를 나타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