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수권법은 다음 회계연도에 국방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특정국에 각종 제재를 가하도록 유도하면서다. 작심하고 중국을 겨냥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에 이은 2라운드 대전이 시작된 셈이다. 결말이 어떨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분명한 건 미국이 대중 고율 '관세 폭탄'을 투하했던 1라운드에 비해 훨씬 다채로운 무기를 빼들었다는 점이다.
7160억달러(약 807조원) 규모의 내년 국방예산법안인 이번 NDAA에 대중 정치·군사적 제재방안만 담긴 게 아니다. 중국으로 첨단기술 유출을 통제하는 등 경제제재 밑그림도 포함돼 있다. 중국과 갈등 관계인 대만·인도와의 군사협력 강화 카드가 전자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중국의 미국 내 모든 투자를 심사하도록 한 건 후자의 사례다. 특히 미 대학에 개설된 공자학원이나 중국어 프로그램들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중국의 '문화공격'에 대한 방어 의지까지 담았다.
이처럼 미국이 정치·군사, 경제, 문화 분야를 망라한 대중 견제 '3종 세트'를 동원한 배경이 뭔가. 그것도 사사건건 부딪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손잡고 말이다. 미 조야가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은 필연적으로 충돌한다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비스트'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중국과 협력해 옛 소련을 봉쇄하는 전략을 실행했던 그가 정반대의 구상을 설파할 정도라면? 중국의 '패권 굴기'를 그만큼 위협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하긴 우리가 지난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 이를 먼저 예감했을 법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