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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외환위기 유럽은행이 떨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2 17:07

수정 2018.08.12 17:07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서
1500억달러 넘게 대출
해당은행 주가 곤두박질
터키 외환위기 유럽은행이 떨고 있다


터키 외환위기가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터키 리라가 계속 폭락해 대외채무를 갚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막대한 돈을 터키에 물린 유럽 은행들이 불안해지고, 이는 유로존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두 달 전부터 터키 상황을 예의주시해왔고, 아직은 유로존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터키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불안감이 반영돼 지난 주말 터키 비중이 높은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유럽銀 터키 대출 1500억弗 넘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ECB가 터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치명적인 상황에 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ECB가 판단하고 있지만 스페인 BBVA,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등 3개 은행은 터키 비중이 특히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CB 산하로 유로존 대형 은행들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감독기구인 단일감독기구(SSM)가 2개월 전부터 터키와 연관된 유럽 은행들에 대한 면밀한 감독을 시작했다.

ECB는 터키 채무자들이 리라 하락세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과 이에 따라 외국 차입에 대한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는 디폴트 상황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터키 은행들의 대출 가운데 약 40%가 외국에서 빌린 돈이다.

이날 15% 폭락하며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리라 급락세로 인해 터키의 대외채무 지불능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리라 급락은 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터키 은행들을 궁지로 몰아넣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리라가 달러당 7.1리라까지 떨어지면 "(터키) 은행들의 초과자본 상당분이 잠식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키 재무부는 9일 시장의 우려는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터키 은행들의 자본구조와 대차대조가 탄탄해 위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터키 은행들의 부실대출(NPL) 비율은 여전히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터키 경제 약화를 이유로 부실대출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흥시장 헤지펀드인 카르티카의 카탈린 진골드 전무는 "터키 은행 시스템에는 숨겨진 문제들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佛·伊 불안… 주가 급락

터키 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될 것이란 우려는 위기가 심화하면서 함께 높아지고 있다.

유럽이 터키에 물린 돈은 상당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터키 국내은행들과 외국은행들의 터키 지점들이 해외에서 달러로 빌린 돈은 2006년 360억달러에서 현재 1480억달러로 늘었다. 또 유로로 빌린 돈은 1100억유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유로존 은행들에 빌린 돈은 1500억달러 규모가 넘는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들이 특히 주요 전주 역할을 했다. 터키는 스페인 은행들에 833억달러, 프랑스 은행들에는 384억달러, 이탈리아 은행들에는 170억달러를 빚졌다.

높은 터키 노출 비중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유니크레디트는 이날 5.6%, BBVA는 5.5% 폭락했고, 프랑스 BNP파리바는 4.3%, 독일 도이체방크는 5.3% 급락했다.
유로도 달러에 대해 0.9% 하락했다.

리서치업체 오토노머스는 BBVA가 터키 대출을 손실로 처리해야 할 경우 유형자산의 13%를 털어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네덜란드 ING 은행은 9%, 유니크레디트는 8%, BNP파리바는 3%를 각각 상각처리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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