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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 개도살장서 ‘인플루엔자 개고기' 전국 무방비 유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16 19:14

수정 2018.08.16 19:14

-구조한 1마리 검진 결과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 
-객혈하며 집단 폐사한 10마리 발견 : 인플루엔자 사망 추정
경기 성남시 태평동의 개도살장에 있는 개. 사진=케어
경기 성남시 태평동의 개도살장에 있는 개. 사진=케어

경기 성남시 태평동의 개도살장에서 인플루엔자 개고기가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지난 15일 자정께 케어 활동가 및 동물권 개인활동가들 40여 명과 함께 태평동(경기도 성남시 수정동) 개 도살장을 기습 방문했다.

케어는 앞서 지난 7월 19일, 26일에도 활동을 이어온 바 있으며, 이번 기습은 말복을 맞아 세 번째로 진행됐다. 태평동 개 도살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개 도살장으로, 고기를 전국 유통망에 공급한다. 케어는 동물학대 및 개 도살장의 불법적 요소들을 폭로하기 위해 증거 수집 목적으로 기습 방문을 이어오고 있다.


도살장에 들어서자마자 활동가들이 처음 마주한 장면은 뜬장에 죽은 개들이 살아있는 개들과 아무렇지 않게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10여 마리 이상의 개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폐사해 있었다. 개들은 음식물쓰레기, 닭 갈아만든 것 등을 먹고 있었고, 각종 피부질환에 노출 돼 있었다. 또한 좁은 철창 케이지에 수 마리의 개들이 구겨진 채 담겨 있었다. 이는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명백히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케어는 이 날 현장에서 눈에 띄게 상태가 나쁜 두 마리의 개를 긴급 구조했다. 구조 직후 인근 24시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진한 결과,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개 인플루엔자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공기나 직접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된다.

H3N2형 개 인플루엔자를 2006년 김포 개농장에서 처음 발견한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 자체만으로는 치사율이 10% 이하인데 2차 세균에 감염되면 50% 이상 올라간다”고 지난 11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개농장과 도살장은 위생적으로 열악하기에 개들의 치사율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케어가 현장에서 데려온 사체들도 모두 객혈한 채 발견 돼 인플루엔자로 인해 집단 폐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진 받던 백구도 객혈하다 사망했다. 송 교수가 200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육견 7개 농장 326마리 중 43%가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재조합되면서 유전자가 교체된 것에 주목한다. 송 교수가 처음 발견한 H3N2 형태는 유전자 분석 결과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원형으로 변이된 변종으로 확인됐었다.

개농장과 도살장에서는 폐사한 닭을 공급하는 일이 흔하다. 송 교수는,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조류, 개를 거쳐 변이되면서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작년 11월 ‘원헬스 관점에서 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개’ 서울대 특강에서 밝혔다. 즉, 사람에게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에 걸린 개를 도살하여 식품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현재 개고기 산업의 일면이고 민낯이다.

모란시장 개고기 판매업소 이모씨는 “홍역과는 다른 개 인플루엔자가 맞다”며 “도축하지 않고 놔두면 5일 안에 죽는다”고 케어 관계자에게 귀띔하기도 했다. 인플루엔자에 걸린 개들을 도살하여 식품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이나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도축하여 식품으로 유통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

식품위생법 제5조는 질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염려가 있는 동물의 고기, 뼈, 장기 등을 식품으로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가공,사용,조리,진열 등을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는 범죄 행위이며, 행정적으로는 영업허가취소, 과징금 처분 등을 할 수 있는 중한 범죄이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관리감독 없이 동물학대가 자행되는 도살장 그 자체도 문제지만, 병 걸린 동물을 식품으로 유통시키고 불법으로 개고기를 유통시키는 이 모든 행위를 사실상 방관하는 정부부처들의 행태도 용납하기 어렵다”며, “동물권단체 케어와 태평 도살장을 급습한 활동가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하는 이러한 작태에 대해 앞으로도 강력한 항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물권단체 케어는 모란시장 5개 업소를 식품위생법 4조 3호, 5조 위반으로 16일 성남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 고발장에는 식약처에서 나서 개고기의 식품안전성을 검토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함께 담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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