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입주 물량 쏟아지는데 매각 지연.세입자 미확보 등
기존 주택시장 거래 끊어져.. 자금 융통 안되고 순환도 끊겨
기존 주택시장 거래 끊어져.. 자금 융통 안되고 순환도 끊겨
결혼 3년차인 A씨는 최근 서울 한 아파트의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됐지만 향후 5년간 재당첨 금지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포기했다. 8억원이 훌쩍 넘는 분양가를 감당하기엔 자금이 부족해서다. 그는 "대출 한도에 비해 집값은 너무 비싸니 지금 전세금도 보태야 할 판인데 그럼 2년 동안 어디서 지내냐"며 "신혼부부 소득조건에 맞으면서 수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주택구입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방광역시에 사는 B씨는 내년 2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내놓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보러 오겠다는 사람조차 없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입주와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맞아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하는 B씨는 "경기가 침체되고 지방 집값은 계속 떨어진다고 하니 집을 살 사람이 있겠냐"면서 "입주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정책의 종합판으로 불린 '8.2 부동산 대책' 이후 1년이 지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무주택자들에게 대출 규제 문턱은 다주택자들에 비해 훨씬 높고, 강남을 잡으려는 정책은 지방 부동산 시장에 먼저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물량이 쏟아지면서 입주대란이 예고되는 한편, 기존 주택 시장은 거래가 거의 끊어지며 자금이 융통되지 않는 상황이다.
■입주율 평균 70%대… 잔금회수 '비상'
19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5%로 전월 77.6%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입주율은 조사당월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되는 분양단지의 분양호수 중 입주 및 잔금납부한 가구수 비중으로 계산한다. 입주자모집공고시 미분양분은 제외하기 때문에 수분양자들이 얼마나 입주 기간에 맞춰 실제 입주하는지 알수 있는 지표다.
문제는 '미입주 사유'다. 지난 7월 가장 높은 미입주 사유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으로 36.6%다. 다음이 세입자 미확보(31.0%)로 주택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순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다음 사유는 잔금 대출 미확보다. 잔금 대출 미확보로 인한 미입주는 지난 4월 11.5%에서 5월엔 12%, 6월 16.5%, 이달엔 16.9%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입주율을 집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전국 기준으로 최고 82.3%에서 최저 74.5%까지 조사됐다"면서 "입주율로 분양은 받았으나 실제 입주기간 내에 입주를 하지 못하게 되는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잔금을 받지 못해 손실로 바로 이어지게 되니까 미분양 못지 않게 미입주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집값 떨어진다고 거래 늘지 않아"
정부는 시장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로또 단지'가 발생하면서 청약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묻지마 청약'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들도 미계약분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일단 청약을 넣어놓고 보자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면서 "하지만 전보다 훨씬 줄어든 대출 한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상 무주택자들의 진입은 더 어려워진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입주를 눈앞에 둔 아파트 분양권이 분양가 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는 이른마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물건도 거래가 쉽게 성사되지 않는 분위기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지방은 과거 시점에서 보면 현재 가격도 너무 높다. 집값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관점에서는 아직도 안정셈"이라며 거래 절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정부가 여러 대책 이후 시장이 안정됐다고 하는 말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실제 필요로 하는 층에서 보기엔 너무 비싸다. 그런데 대출을 묶어 놓으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시작됐고, 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