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밤토끼' 폐쇄 풍선효과
전체 불법 트래픽 줄었지만 개별 불법사이트는 반사이익
구글 네트워크 플랫폼 활용..넥슨·여기어때 등 광고 걸어 원천 차단 위한 법개정 시급
전체 불법 트래픽 줄었지만 개별 불법사이트는 반사이익
구글 네트워크 플랫폼 활용..넥슨·여기어때 등 광고 걸어 원천 차단 위한 법개정 시급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됐지만 여전히 유료 웹툰을 퍼나르는 불법 사이트가 활개치고 있다. 검색창을 통해서도 쉽게 불법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일부 불법 사이트엔 대형 게임사 넥슨의 배너광고까지 걸려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포털업계, 게임업체 등 업계 전반에서 불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콘텐츠 불법 유통 실태와 업계 인식부족 문제, 저작권 제도의 허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초등학생 K군은 네이버 웹툰 '치즈 인더 트랩' 열독자다. 완결 웹툰이라 초기 몇회를 제외하면 모두 돈을 내고 봐야 한다. K군은 평상시 밤토끼 사이트에서 무료 웹툰을 즐겼지만 부산경찰청 검거로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K군은 구글에서 '무료 웹툰'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첫 화면에 떠있는 링크로 'A사이트'를 클릭해 원하는 유료 만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성인웹툰이 많아 민망할 정도다. 트위터 검색을 통해 요즘 뜨는 H사이트 주소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일본 단행본 만화 마니아인 B씨는 'MXXX.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주로 일본만화 단행본을 스캔해서 올리는 사이트다. B씨는 최근 이 페이지에 도배된 배너 광고를 보고 놀랐다. 화면 상단과 양쪽에 도배된 배너가 모두 게임업체 넥슨의 광고였기 때문이다. 여러 번 재접속해 보니 11번가, 여기어때 등의 배너광고도 볼 수 있었다.
불법 웹툰사이트 '밤토끼' 폐쇄 후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 구글 등 검색 사이트를 통해 불법 사용자들이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어서다. 사이트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반면 새 불법 사이트를 만들기는 수월하다. 이 때문에 저작권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밤토끼' 없어지니 다른 사이트 반사이익
19일 웹툰시장조사업체 웹툰 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체 불법사이트 트래픽은 조회 수 14억건에서 6억건으로 줄었다. 이 중 5월 중순에 부산 경찰청이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다른 불법 사이트인 H사이트는 조회 수 4000만건에서 3억600만건으로, A사이트는 3032만건에서 2억3126만건으로 늘었다. 밤토끼 폐쇄로 1개월반 만에 각각 760% 이상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웹툰가이드 강태진 대표는 "밤토끼 이후 불법웹툰 트래픽이 줄었지만 A사이트와 H사이트 등은 도메인을 지속적으로 바꿔가면서 사이트 차단을 피하고 이용자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면서 "더 적극적인 수사와 사법처리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넥슨 등 배너광고까지 유치해 수익
불법 웹툰사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는 부당이득을 손쉽게 얻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웹툰을 미끼로 방문자 수를 높인 후 배너광고를 유치해 돈을 번다. 한 업계관계자는 "A사이트나 H사이트는 매월 배너광고 유치로 보는 돈이 최소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와 웹툰 유통업체의 수익을 빼앗아가는 셈이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당연히 줄어든다.
특히 M사이트의 경우 넥슨, 11번가, 여기어때 등의 배너광고가 붙어있어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대부분 광고 대행업체를 제휴했을 뿐 직접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넥슨 관계자는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광고 건은 내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라며 "불법 사이트에 직접 광고를 한 게 아니라 구글디스플레이 네트워크 광고 플랫폼이 적용돼 우리 게임사이트에 방문했던 유저가 다른 사이트에 들어갈 경우 거기에 우리 광고가 보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네트워크 매체에 광고 집행을 할 때 이런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온라인 트래픽을 많이 일으키면 그만큼 정산을 받을 수 있어 네트워크 매체에서 트래픽이 많은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올리는 것 같다"라며 "고의적으로 내보내는 일은 일절 없으며 내부 모니터링으로 문제되는 사이트 발견 즉시 필터링하고 제외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폐쇄엔 6개월, 사이트 만드는 데 2시간 걸려
현행 저작권법상 불법 사이트를 원천 차단하긴 어렵다. 절차가 까다로워 사이트 차단조치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웹툰 저작권 침해 신고가 들어오면 저작권 보호원→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단계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불법 웹툰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운영자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면 적발이 어렵다.
특히 M사이트의 경우 불법콘텐츠를 직접 올리지 않고 링크를 모아 올리는 수법을 쓴다. 같은 운영자가 불법 콘텐츠를 올리는사이트를 따로 만든 후 실제 불법 사이트에는 링크만 모아주는 형태다.
불법 사이트는 한곳을 폐쇄하면 운영자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3개의 대체 주소를 다시 뿌린다. 머리 한개를 자르면 여러 개의 머리를 내는 이른바 '메두사 전략'이다. 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불법사이트를 찾아내 신고하거나 자체 차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저작권 피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조속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를 인지한 후 폐쇄하기까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7월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후 현재까지 계류중이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만화가협회와 웹툰협회 등은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웹툰 해외 불법 사이트 근절과 한국 웹툰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작가와 플랫폼업체, 학계전문가들이 나와 불법웹툰 피해사례와 근절대책을 논의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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