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자니 눈치보이고, 사자니 부담되는 '직장동료 선물'
해외여행 보편화 됐지만 선물 관례는 여전히 존재
직장인 60% "압박 있다" 면세품 심부름 떠안기도
해외여행 보편화 됐지만 선물 관례는 여전히 존재
직장인 60% "압박 있다" 면세품 심부름 떠안기도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선물이야…."
대기업에 재직 중인 A씨(29)는 최근 여름 휴가기간 중 일본을 다녀왔다. 손수건이나 젓가락을 직장동료에게 선물할까 싶었지만 머리가 아파 그만두었다. 얼마 짜리를 사야하는지, 누구에게만 줘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휴가를 다녀온 직장 선배 B씨는 동유럽에서 과자를 사왔다. 팀 회의 때 B씨가 휴가지 선물을 돌릴 때 A씨는 식은땀이 났다. 그는 "여전히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직장에 선물을 돌리는 문화가 있다"며 "별 상관없겠지라고 생각해 선물을 구입하지 않은 게 후회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10명 중 6명, 여행 때 동료에게 줄 선물 부담
여름휴가를 해외로 떠나는 직장인이 늘면서 선물 고민도 커진다. 해외를 다녀올 때 직장 상사 심부름을 떠안는 경우도 있어 불편하다는 하소연도 있다.
20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최근 지난해 직장인 504명 대상 '국내외 여행 또는 출장 선물'에 대해 설문한 결과 약 60%는 직장에 선물 구입에 대한 압박감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38%는 선물을 챙기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에 선물을 돌리는 문화는 과거 외국을 나가는 게 흔치 않던 시절 생겼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해외여행 선물은 과시가 될 수 있었다. 동시에 소수만 외국에 가다보니 남들이 주목한다는 부담감에 선물을 사왔다"며 "최근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선물문화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 수는 2649만명. 올해는 인구의 절반을 넘는 300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으로 예측됐다.
직장인들은 휴가철 선물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중견기업 인사담당자 C씨(37·여)는 "물론 선물로 조직 분위기를 끈끈하게 만드는 것도 분명 있다"며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이런 문화를 없애서 직장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휴가기간 면세점 심부름도
중소기업 근로자 D씨(30·여)는 휴가지로 방문한 호주에서 심부름을 떠안았다. 회사에서 거래처에 선물하는 양주를 공항 면세점에서 사오라고 상사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D씨는 "여행 내내 캐리어에 무겁고 큰 양주 3병을 넣고 다녔다"며 "아무리 회삿돈을 아끼려고 해도 휴가를 떠나는 직장인에게 면세품을 사오도록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시 직장 내 선물에 대한 스트레스는 개인과 공동체 경계가 무너진 상황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휴가는 개인이 갖는 기회다. 반면 선물은 개인의 판단이 아닌 회사라는 공동체 이익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기성세대는 선물을 관계형성으로 보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하나의 세대갈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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