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소득격차 월평균 781만원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증가했다.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실질소득은 2.7% 늘어났다.
소득별 증가율은 재산소득이 34.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연금·연말정산 등 비경제적 활동으로 얻은 이전소득은 16.6%, 근로소득 3.8%, 사업소득 3.8% 등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증가는 4·5분위 이상 고소득·초고소득층 소득이 늘었기 때문이다. 국민 소득을 5단계로 구분한 ‘소득 5분위별’ 동향을 보면 최하위 20%인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32만5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7.6%감소했다. 매년 2·4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면 최상위 20%인 5분위는 913만5000원으로 10.3% 늘었다. 역시 15년 만에 최대치로 증가했다.
1분위와 5분위의 월평균 소득 격차는 781만원이다. 5분위의 평균소득을 1분위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2인 이상 가구)은 5.23배다. 즉 1분위 5~6가구의 소득을 5분위 1가구가 벌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전년동기 4.74배에서 0.5%포인트 커졌는데, 2·4분기 기준으로 2008년 5.24배 이후 최고치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국민소득의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다시 말해 소득불균형이 심해졌다는 공식적인 수치다.
소득 5분위 배율에서 제외된 1인 가구를 포함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다른 통계인 2017년 연간 1인 가구 소득 5분위별을 보면 5분위는 1억556만원인데 비해 1분위는 791만원에 불과했다. 중간 값은 1274만원이다. 1인 가구는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많이 분포한다.
박상영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1인 가구를 포함하면 소득 5분위 배율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위는 아니어도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2분위도 월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2.1% 감소했다. 중산층인 3분위 역시 0.1% 떨어졌다. 소득은 고소득층이 시작되는 4분위부터 늘었다. 4.9%다. 그러나 최상위 5분의 10.3%와는 5.4% 포인트 차이가 난다.
■반대로 가는 소득주도성장···줄어든 저소득층 일자리
국민 가계소득의 빈부격차가 커진 것은 일자리 상실이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가구별 취업인원 수를 보면 1분위는 지난해 0.83명에서 0.68명으로 18.0%, 2분위는 1.34명에서 1.27명으로 4.7%, 3분위는 1.58명에서 1.48명으로 2.1% 각각 줄었다. 그러나 4분위는 1.79명에서 1.84명으로 2.5%, 5분위는 1.99명에서 2.09명으로 5.0% 증가했다.
이는 근로소득 지표로 나타난다. 전년동기비 5분위별 근로소득은 1분위 -15.9%, 2분위 -2.7%, 3분위 0.7%, 4분위 4.0%, 5분위 12.9% 등이다.
주로 도소매나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1분위 소상공인이나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이보다 감소폭이 컸다. 1분위 사업소득은 지난해에 견줘 21.0% 내려앉았다. 2분위·3분위도 각각 4.9%, 7.0% 줄었고 4분위는 15.7%, 5분위는 8.8% 늘었다.
고용쇼크가 근로와 사업소득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을 잃는 저소득층이 늘면서 소비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의 소득도 곤두박질 친 것이다. 소득을 키워 소비를 주도하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반대 현상이다.
제조업 타격이 내수부진으로 이어진 것도 배경 중 하나다. 현재 국내 제조업은 반도체를 빼면 사실상 활력이 낮다.
박 과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의 부진이 고용시장이나 영세자영업자에게 먼저 충격을 주고 이것이 1분위 소득감소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정부 정책들은 노동시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효과가 반감된 것”이라면서 “수십조를 투입해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소득분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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