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쇼크(충격)'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할 때마다 사실상 모든 언론의 지면이 'OO쇼크'로 도배될 정도다. 인구 절벽·고용·소득분배까지, 이른바 '트리플 쇼크(triple shock·삼중 충격)'다. 이들 지표는 매달 또는 분기별로 발표되는데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정권 출범 이후 오히려 일자리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정부 통계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평균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수는 올 들어 6개월 연속 10만명대 이하로 추락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1년 전보다 취업자 수가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상 최악의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소득 격차도 사상 최대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올해 2·4분기(1~6월)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2·4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소득분배지표는 2008년 2·4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이런 지표들을 견줘 볼 때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저임금노동자·가계의 임금·소득을 올려 소비증대→기업 투자 및 생산 확대→소득 증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경제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지표로만 보면 전혀 고용이 나아지지 않고, 소득도 늘지 않고 있다. 이들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바로미터'인데, 악화되는 것은 분명 정책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극단적 이야기까지 한다.
정책 성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정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 학자들조차 '경제정책 수정론'을 제기할 정도다.
얼마 전 당정은 내년 예산안을 심의했다. 예산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이 중 일자리예산은 역대급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재정 확대를 통해 위기에 놓인 현재의 일자리 상황과 악화된 내수를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국민의 고혈을 짜는 '세금주도성장'이 될 수 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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