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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자리 예산 '밑빠진 독 물 붓기' 비난 봇물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8.31 17:38

수정 2018.09.04 09:12

실효성 없는 지원금 늘려..집행 제대로 안된 사업 많아
공공 일자리도 질 떨어져 한시적인 일자리 대부분
내년 일자리 예산 '밑빠진 독 물 붓기' 비난 봇물


정부가 최악의 '고용쇼크'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4조원 늘려 23조원 넘게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주요 일자리 대책 중 정부 지원이 철회되면 바로 사라질 한시적 일자리의 비중이 적지 않아 내년도 일자리 예산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일자리 예산의 핵심 내용인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의 경우 지속적으로 실효성이 없단 비판이 있는 와중에 지원금 확충을 강행해 현장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장선 필요없다는데… 무작정 지원 늘려

8월 31일 본지가 '2019 정부 예산안' 중 23조 5000억원의 '일자리 예산안' 세부 내역을 분석해 본 결과, 야당이나 시민단체들로부터 민간 부문 일자리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정부 예산안은 사회서비스일자리, 공무원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충에만 집중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가운데 일자리 예산의 주요 대책으로 꼽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지난해에도 정책 효과면에서 크게 논란이 된 대표적인 대책들이다.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내년에 각각 704억원, 1487억원씩 늘어난 각각 3554억원, 192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중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에 배분된 686억100만원 중 실질적으로 집행된 금액은 314억3400만원이다. 이를 집행률로 따지면 45.8%으로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2~3년 동안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경우 청년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성과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고하는데도 현장에서 실효성을 느끼지 못해 목표 대비 집행률이 절반도 안된 것이다.

한국노총 유정엽 실장은 "이런식으로 중소기업 일자리 확충하기 위해 돈을 지원해주는 방식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청년들은 당장 돈을 덜 벌어도 회사가 안정적이고 유망한 곳으로 가길 원한다"며 "구조적으로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도록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도 무턱대고 주는 지원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3년차 중소기업 근로자 박모씨(31)는 "솔직히 돈 몇 백 더 준다고 미래가 더 보장된 대기업 갈 기회가 있는데 마다하는 직원이 있겠냐"면서 "저런 일시적인 유인책이 아니라, 중소기업 자체가 발전적이고 유망하다고 생각해야 인재들은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확충을 단행한 것이다.

이렇게 '퍼주기식' 지원금으로 일자리를 늘리고자 하는 건 경제 구조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일자리 예산을 증액하더라도, 실효성 점검을 선행하지 않으면, 구조조정해야 하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제구조에 문제가 수반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청년내일채움공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경우에도 신청자가 적어 이달 말 기준 올해 예산의 22%만 집행한 상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돌봐주지 않고, 사람을 뽑으면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하면 누가 미래를 걸고 달려들겠냐"고 토로했다.

■"지원금 사라지면 일자리도 사라질 것"

정부가 일자리 예산으로 새롭게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들 역시 일시적으로 고용 통계를 끌어올리기 위한 '임시방편용'이란 비난도 동반되고 있다.

주요 일자리 확대 방안 중 하나로 정부는 사회 서비스 분야 일자리인 장애인, 노인, 여성 일자리, 창업지원을 비롯해 보조교사 1만5000명, 아이돌보미 7000명, 중앙·국회도서관 DB구축 348명, 납세자지원센터 250명, 지역사회 880명, 지역공무원 1만5000명 등 총 9만4000명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노인, 장애인 등 정부가 나서서 확충해야 하는 일자리도 다수 있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정부 지원금이 없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거나 바로 사라질 '한시적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게 현장의 목소리이며, 지방 지자체의 경우 또 불필요한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고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쇼크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늘리는 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며 어떻게 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할지 고민없이 너무 돈만 쏟아붓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일자리 양이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양질의 일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정엽 실장은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일자리, 아이돌보미, 간호·간병인은 꼭 필요한 일자리들이 맞지만, 현재 이런 일자리들은 열악한 상태"라면서 "이런 필요한 일자리의 질이 반드시 같이 올라가야 하는데 무조건 지원금으로 양만 늘리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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