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처장의 1년3개월..사후 관리 기조서 선제적 보훈복지 강화로 개선
'콜라병 사건' 당시 "그 남성도 우리 보훈대상자 아니냐" 직원 불호령
'콜라병 사건' 당시 "그 남성도 우리 보훈대상자 아니냐" 직원 불호령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강한 리더십을 토대로 한 뛰어난 조직장악력을 의미한다.
피 처장은 취임 일성에서 '변화와 혁신'을 제시하며 과감한 개혁 단행을 예고했다.
특히 '사후 약방문식'의 보훈업무 일처리를 지양하고, 보훈복지의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찾아 문제점을 미리 제거하는 등 보훈복지 강화에 조직운용의 역점을 뒀다.
피 처장의 합리적 소신과 '이유있는' 강단을 알 수 있는 한가지 일화가 있다.
한 30대 남성이 편의점에서 빵을 사고 돈이 모자라 콜라를 훔치다 붙잡혔는데, 그는 자신을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라 주장했다. SNS는 물론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얼마 후 해당 남성이 해군 출신은 맞지만, 제1연평해전에는 참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가 공식 해명을 내놓자 보훈처 내부에서도 조직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언론 해명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실무진들의 판단이 잇따랐다.
그러나 피 처장은 오히려 실무진에게 호통을 쳤다. 피 처장은 "그 남성도 우리의 보훈대상자가 아니냐. 왜 이 남성이 그 지경까지 가게됐는지, 국가에서 그동안 뭘 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라고 질책했다고 한다.
이후 보훈처의 정책방향은 크게 달라졌다. 보훈복지의 사각지대는 없는 지, 미리 점검하고 찾아가는 '선제적 복지 강화'로 패턴이 바뀐 것이다.
그 결과 사상 초유의 폭염으로 온열환자가 급증했던 지난 8월, 보훈처 스스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1인가구나 생활고를 겪는 보훈대상자를 사전 점검해 400여명의 긴급 지원 대상을 발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콜라병 사건'이 준 교훈이 바탕이 됐다. 보훈처 한 직원은 "그동안 관의 마인드로 바라봤던 보훈정책을 재검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라며 "피 저장의 합리적인 업무스타일을 잘 보여준 사례로 회자된다"라고 소개했다.
피 처장은 소위 '다루기 어려운' 보훈처 산하 각급 단체에 대한 장악력도 확보했다는 게 관가의 정설이다. 왠만한 강단갖고는 오히려 휘둘리기 쉬운 보훈처 산하 단체들의 기득권 유지 관행도 피 처장의 과감한 개혁과 혁신적 사고의 당위성에 거의 사라졌다는 평이다.
'유리천장'을 깨고 여성 직원을 대거 승진 임용시킨 것도 균형적 인사원칙의 결과였다.
피 처장 부임이후 다양한 조직운용의 변화 시도가 결국 성과로 연결되면서 보훈처는 국정운영평가에서 '매우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처장도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보훈처의 위상이 피 처장 부임 전과 후로 크게 달라진 셈이다. 여 간부출신으로서 남성 중심의 군 조직내 고질적 관행을 깨기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그의 소신 리더십이 녹아든 결과다.
한 때 병마와도 싸워 이겨낸 피 처장은 보훈 대상자다. 2006년 전역 판정을 받고 군 조직내 부조리와 끝까지 싸우면서 도보로 전국 종주를 하면서 “내가 남긴 발자국이 다음 사람에게 길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피 처장의 보훈처 앞 날이 더욱 기대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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