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몸매품평에 운동지도 빙자 성추행.. 여성들 피트니스 공포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9.06 17:25

수정 2018.09.06 17:25

말 하기엔 접촉 방식 애매해 예민한 사람 취급될까 주저
요가·수영·헬스 등 수요 증가 스포츠산업 발전 저해 요소
강사 접촉땐 사전 고지하고 항의 자유로운 분위기 필요
몸매품평에 운동지도 빙자 성추행.. 여성들 피트니스 공포


#.마사지를 해주겠다던 헬스트레이너는 성범죄자로 돌변했다. 지난해 3월 제주시에서 트레이너 박모씨(30)는 헬스장에 손님이 없자 자신이 지도하던 A양(16)에게 "뭉친 근육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남자 탈의실로 A양을 유인해 성추행을 저질렀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위계 등 추행 혐의로 박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헬스장과 같은 생활 체육시설에서 교육을 빙자해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외모 품평이 이뤄지고 있다며 불쾌감을 호소하는 강사와 수강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교육과정에서 특정 신체부위가 닿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교육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전 고지할 것을 당부했다.

■"예민한 사람 취급할까 항의도 못해"

생활체육의 대중화로 스포츠 교육산업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스포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스포츠 교육기관 매출은 1조676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1조5310억원에 비해 9.4%가 늘었다. 2012년 1조1980억원에 비해 39.9%가 늘어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요가, 헬스, 필라테스, 수영 등 피트니스 산업 수요가 늘다 보니 업계 종사자들도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인구는 4만3900명으로 2012년(3만9000명)에 비해 약 13%가 증가했다.

문제는 해당 운동의 특성상 교육 과정에서 몸이 닿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원치 않는 스킨십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김모씨(27·여)는 수영장에서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남자 수영강사가 물에 띄우는 자세를 알려준다며 명치와 배 아래쪽을 만졌기 때문이다. 또 발차기 연습을 할 때도 엉덩이 밑을 세게 붙잡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수업 중에 젊은 여자는 나밖에 없었고 다른 사람은 만지질 않아 기분이 나빴다"며 "괜히 '예민한 사람' 취급 당할까 봐 말하지 못해서 제대로 항의를 못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성행하는 P.T(퍼스널 트레이닝)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모씨(32·여)는 "트레이너가 스쿼트(바벨을 얹고 앉았다 일어나는 전신 운동)자세를 할 때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라'며 엉덩이에 손을 댔다"며 "곧바로 항의했으나 오히려 수업 태도가 진지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여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이 또한 쉽지 않았다. '할인 상품'으로 위약금을 물어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한국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하고 한 달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일부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접촉 필요땐 사전고지 해야"

강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영강사인 장모씨(34)는 남자강사 사이에서는 "주중 오전 수업은 기피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장씨는 "오전 수업은 남자 수강생이 없어 (강사에 대한) '외모 품평'이 심하다"며 "직장이 걸려있어 제대로 항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운동 수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전 고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운동을 알려주면서 접촉이 필요하다면 미리 알려야 오해가 없어진다"면서도 "불쾌할 정도의 터치가 있음에도 '예민하다' 정도로 취급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이든 강사든 불쾌한 지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영 법률사무소 대건 대표변호사는 "손끝으로 가볍게 교정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불쾌감을 느낀다면 추행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즉시 항의를 표현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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