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을이 오긴 올까라는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습니다.
이런 무더위를 이겨낸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를 갖고
나그네처럼 특별한 계획도 경로도 정하지 않은채
무작정 강원도로 발걸음을 내뎌봤습니다.

강원도 강릉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가 높디높은 하늘 아래 수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세월, 우리네 입맛을 책임져온 김장김치 맛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인 배추, 이 곳 배추는 예로부터 최상급 배추로 많은 주부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싱싱한 배추 가득한 안반데기를 거쳐 영월로 가볼까요?

고구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조선의 태조 이성계에 의해 삼척으로 유배를 가다 이곳에서 수라를 들어 그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바로 수라리재입니다.
차로 오기도 쉽지않은 이곳을 오백년도 더 전에 공양왕이 유배 가는 길에 들렀으니 그 때는 한양에서 얼마나 멀고 먼 곳 이었을까요.

요즈음 이효석의 소설 속 배경인 강원도 봉평에서는 메밀꽃 축제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꼭 봉평이 아니라도 강원도 곳곳에는 메밀꽃 만발한 꽃밭이 곳곳에 있답니다.
태백 어느 한가로운 버스 정류장 옆에도 이렇게 메밀꽃이 한가득 펴서 지나가는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달빛이 휘영청 밝은 밤 아래 꼭 다시 와보고 싶어지는 그런 곳이랍니다.

나그네의 발길은 정처없이 마음 가는데로 향합니다. 강릉 영월 태백을 거쳐 평창을 찾아갑니다.
산의 날씨라는 게 수시로 바뀌는지라 청옥산 수리재를 찾았을 때는 운무가 가득합니다.
육백마지기를 찾았을 때는 운무 속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서 이렇게 수리재에서 풍력발전기를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평창을 거쳐 위로위로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철원까지 왔네요. 비무장지대 접경에 위치한 노동당사는 지금도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이 남아있습니다.

휴전선과 가깝고 민통선 바로 앞이라 철원은 어디를 가도 흔하게 군인장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신체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가야하는 군.
오늘도 우리의 동생, 조카, 아들 같은 병사들이 푸르른 하늘과 함께 찾아온 가을, 이 땅 어딘가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나그네의 발길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강원도 화천 광덕산 자락에 위치한 조경철천문대입니다.
시원하다 못해 바람막이를 입고도 춥다고 느껴질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붑니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미세먼지도 남아날 수 없어서 별을 관찰하기에 좋은가 봅니다.
강원도 곳곳
나그네 발걸음
닿는 곳마다
이렇게
시나브로
가을이 다가옵니다.
tekken4@fnnews.com 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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