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잃은 50~64세 자영업으로 몰리면서 경쟁 심화
저소득계층일수록 근로자가구와 자영업자가구의 소득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20%에 속하는 자영업자는 근로자의 절반만큼도 돈을 벌지 못했다.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생계를 위해 도소매업, 숙박업, 음식업 등으로 몰리면서 과다 경쟁이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체 근로자가구와 자영업자가구의 소득 격차는 1991년 이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NABO)가 발간한 ‘자영업자가구와 근로자가구간 소득차이 및 빈곤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중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과 비교할 때 5위였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은 6.4%, 캐나다 8.6%, 독일 10.4%, 일본 10.6%, 영국 15.4%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보다 자영업자가 많은 국가는 그리스(34.1%)와 터키(32.4%), 멕시코(31.5%), 칠레(26.5%) 등 4개국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농업, 임업, 수산업, 광업 등 1차 산업 종사자 비중이 우리나라 대비 높았다.
우리 자영업자가구의 소득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을 기점으로 근로자가구와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근로자가구 대비 외환자영업자가구 소득 비율은 외환위기 전인 1991년엔 96.1% 수준이었으나 1998년 81%로 급락한 뒤 2016년엔 74.5%까지 떨어졌다.
근로자가구의 실질소득은 1991년 262만3000원에서 2016년 483만8000원으로 연평균 2.5% 증가한 반면 자영업자가구의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252만1000원에서 360만6000원으로 연평균 1.4%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6년 두 가구의 소득 차이는 123만1000원이다.
소득분위별로 보면 2003년~2016년 기간 중 모든 분위에서 소득차이가 확대됐고 저소득계층인 1~2분위는 더 큰 폭으로 벌어졌다.
2016년 기준으로 따질 경우 근로자가구 대비 자영업자가구 상대소득은 1분위 48.7%, 2분위 63.9%로 분석됐다. 중산층인 3분위는 74.4%, 중고소득층인 4분위는 78.5%, 고소득층인 5분위는 80.9%였다.
NABO는 “도소매업 등 전통적 자영업종의 소득창출능력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50~64세 가구주들이 생계를 위해 도소매업, 숙박업, 음식점업, 운수업 등에 밀집됐기 때문”이라며 “가구주가 자영업에 속해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근로자가구에 비해 소득수준이 2.6~11.3% 정도 낮았다”고 풀이했다.
실제 가구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수준 미만인 ‘빈곤위험’ 자영업자 가구의 특성을 분석해봤더니, 가구주가 50~64세이고 전통적 자영업종에 종사하는 경우 빈곤위험이 증가했다.
NABO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임차환경 개선, 한계자영업자 연착륙 및 재도약 지원 등 자영업자 경영환경 개선 지원책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영업에 뛰어들 때 밀집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맞춤형 직업교육 시행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저소득 자영업자들도 선택할 수 있는 임금근로 일자리를 마련하고 사회보험 가입 등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NABO는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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