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5년생 직장인 오모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 난데없는 예매전쟁에 뛰어들었다. 10월 13일과 14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H.O.T. 콘서트를 위해서다.
학창시절과 달리 이제는 돈도 있고, 학교 보충수업을 빠지지 않아도 되고, 신랑이 차로 태워다줄 수도 있는데 정작 표가 없었다. 오씨는 취소표가 풀리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17년 만에 열리는 콘서트를 위해 주최 측은 회당 4만석, 총 8만석 가량을 준비했지만, 예매를 개시하자마자 모두 팔려나갔다.
예매처였던 예스24와 옥션티켓은 문의 전화 폭주에 대비해 전화상담원을 늘리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음에도 숨돌릴 틈 없이 바빴다고 한다. 예스24 관계자는 "서버 증설을 포함해 대형 콘서트 티켓 오픈을 앞두고 진행하는 사항을 모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표를 놓친 팬들은 허탈한 표정이다.
경기도 여주에 사는 정모(33)씨는 학창 시절 토니의 팬이던 아내를 위해 '깜짝 선물'로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 했지만, 흐른 세월만큼이나 티케팅 방법이 바뀌어 곤욕을 치렀다.
정씨는 "예전에는 은행 앞에 미리 길게 줄을 서서 입금하는 식이어서 일찍 나가면 표를 끊을 수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는 '광클' 시대가 돼 솔직히 손에 익지 않아 어렵다. 웃돈을 주고 암표라도 구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전에 사는 김모(32)씨는 "친구들과 PC방에 집결해 예매에 도전했는데 실패했다. 대학 수강신청 이후 PC방에서 뭘 신청한 건 처음이었다"며 "모의 예매 프로그램으로 클릭 연습도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예매전쟁이 일어나자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프라인 암표상은 경찰에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즉결심판을 받고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낸다. 이와 달리 현행법상 온라인상 거래되는 암표는 처벌할 수 없다. H.O.T. 팬들은 오늘도 눈물을 머금고 표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는 이유다.
공연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과 홍보대행사 PRM아이디어랩은 "H.O.T. 콘서트 티켓 8만장이 매진됐다"며 "암표 거래에 대처한 후 2차 티켓 오픈을 하겠다"고 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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