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생태계 조성 위해 암호화폐 규제 공백 막아야
"암호화폐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을 뒤덮다시피 했던 암호화폐 광풍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지만, 암호화폐 공개(ICO)와 블록체인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법률시장에서 기업들의 암호화폐 관련 자문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법률가들의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사법연수원 39기·사진)는 ICO를 검토·추진 중인 기업들에게 전문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관련 소송들을 맡아 기업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 변호사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률 이슈들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자문을 함에 있어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자문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가 안전한 방향으로의 자문을 이어나가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한국은 사실상 '규제의 공백 상태'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ICO 전면 금지를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이를 금지하는 어떤 내용의 법안도 제정되지 않았다"며 "지금 같은 모호한 상황에서는 개별적인 암호화폐의 성질에 따라 현행법상 규제 대상 여부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ICO를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한국에서도 서둘러 새로운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암호화폐를 명확히 규명해야 이후의 기업투자 및 생태계 조성 등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현재로서는 암호화폐의 법적 성격을 화폐나 지급수단, 일반 자산 중 하나로 규명하기 어렵다"며 "암호화폐의 고유한 성질과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가 물건이냐 권리냐, 혹은 지급수단이냐, 이용권이냐 등에 따라 세무처리와 회계처리 등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변호사는 최근 ICO를 앞둔 기업들의 자문을 담당하는 것 외에도 암호화폐와 담당한 각종 사건을 맡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 가처분 사건부터 사기와 횡령 관련 사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암호화폐 분야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향후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보다 전문성 있는 법적 자문을 건네기 위해서다.
한 변호사는 요즘 '스마트 계약'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라고도 불리는 스마트 계약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거래와 부동산 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 스마트 계약과 관련된 법적 쟁점들도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 분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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